국회의원·국민에 물었다
제헌절 ‘헌법 여론조사’
국회의원·대통령 특권
국회의원의 불체포·면책 특권이나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 일반 국민과 국회의원 모두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우선 헌법 제44조와 제45조에 각각 규정된 국회의원의 회기중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에 대해 설문조사에 응한 국회의원의 68.8%가 ‘전면 폐지 또는 제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반 국민은 85.9%가 ‘전면 폐지 또는 제한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전면 폐지’ 의견만을 보면, 응답 의원의 1.5%만 공감을 표시한 반면, 국민은 이보다 훨씬 많은 31.8%가 찬성했다. 이른바 ‘방탄 국회’나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 국회’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의 소속 정당별로 보면, 열린우리당 응답자의 87.1%(88명)와 민주노동당 응답자의 90%(9명)가 의원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한나라당 소속 응답자는 ‘제한’(41.5%)이라고 닶한 응답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대신 ‘현행 유지’(54.9%)를 선호하는 응답이 많았다.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선 ‘전면 폐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반 국민 66.8%, 국회의원 72.3%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면 폐지’ 의견은 국회의원(1.0%)보다 일반 국민(10.8%) 쪽에서 훨씬 높았다.
의원들의 소속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87.8%) 민주노동당(100%) 민주당(66.7%) 등 야당에서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열린우리당에서도 54.5%가 제한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답변도 43.6%였다.
의원 83% “대통령 4년 중임제 지지”
권력구조 개편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가장 날선 대립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역시 권력구조 개편이다.
<한겨레> 조사에서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선호하면서도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에도 적잖은 관심을 내보였다. 국회의원들도 대체로 대통령제를 지지했으나, 임기는 ‘4년 중임제’로 고치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적합한 정부구조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국민의 51.6%와 국회의원의 41.1%가 현행 대통령제를 지지했다. 정·부통령제에는 국민의 19.7%와 의원의 37.1%가 공감했다.
의원내각제에 대한 지지도는 국민 10.0%, 의원 9.9%로 양쪽 모두 10% 안팎에 머물렀다. 대통령 중심제에 비해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선 지지정당별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내각제 선호도(14.4%)가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선호도(6.1%)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의원들의 경우, 현행 대통령제 유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열린우리당 29.7%(30명), 한나라당 48.8%(40명), 민주노동당 80%(8명), 민주당 50%(3명) 등으로 야당의 선호도가 여당에 견줘 높게 나타났다. 내각제에 대해선 열린우리당의 11.9%(12명), 한나라당의 8.5%(7명)가 선호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대통령 임기에 대해선, 국민의 48.6%가 현재의 ‘5년 단임제’ 유지를 희망했고, 35.3%는 ‘4년 중임제’를 지지했다. ‘4년 연임제’ 5.7%를 포함하면 대통령 임기를 중임 또는 연임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41%에 이른다. ‘4년 중임제’는 서울지역, 30대 초반, 고학력, 자영업과 화이트칼라층에서, ‘5년 단임제’는 50대와 60대, 주부, 저학력층에서 각각 지지도가 높았다.
의원들은 82.7%가 ‘4년 중임제’를, 7.4%가 ‘4년 연임제’를 지지했고, 지금처럼 ‘5년 단임제’를 유지하자는 쪽은 7.4%에 불과했다.
여론조사를 담당한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사장은 “국민들이나 의원들 모두 제도적으로 익숙한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다만, 4년 중임제나 정·부통령제 등 대통령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민 45% “한반도 범위 단서 달아야”
제3조 영토조항
남북관계를 규정한 헌법 조항에 대해 일반 국민과 국회의원은 ‘국제 정세의 변화에 맞춰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 대체로 공감했다. 국민의 76.2%와 응답 의원의 79.7%가 각각 이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남북관계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 문제를 놓고는 미세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조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반도’라는 범위 자체가 국제법이나 조약, 국내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라거나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선 일반 국민의 경우 ‘이 조항을 그대로 두되, 통일 전까지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둬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44.5%로 가장 많았다. 이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28.7%였고,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1.0%로 나타났다.
반면, 의원들은 ‘현행 유지’라는 응답이 42.1%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단서조항 신설’이 26.7%였다. 이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25.2%를 차지했다.
단서 조항과 관련해 학계에서는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잠정적으로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서 허용된 관할구역으로 한한다’고 덧붙이는 방안 등을 내놓고 있다. 헌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으로 한정해, 헌법을 ‘현실화’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통치권 밖에 있을 뿐이라고 ‘해석’하면 된다”며 “현행 조항을 굳이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론이 있다.
의원들의 경우, 이 조항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한나라당 소속 응답자가 68.3%로, 열린우리당 소속 응답자 20.8%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는 국가보안법 ‘개정’과 ‘폐지 후 대체입법’으로 각각 갈리는 두 당의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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