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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0 19:37 수정 : 2005.01.20 19:37

현재 해오름극장으로 새롭게 바뀐 서울 남산 국립극장 내부의 모습.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탁탕틱탕탕…탕탕탕…2분만에 아수라장

연설 20분만에
총 꺼내다 첫발 자신 허벅지에 오발
뛰어나가며 2탄
연설대에 3발 불발…4탄 육씨 저격
마지막 빗맞혀 태극기에
박종규경호실장 대응사격
관중석 여고생 맞고 숨져

1974년 8월15일 10시23분부터 25분까지, 일곱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 그 2분 동안 장충동 국립극장 안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20일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15권, 3000여쪽 분량의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 외교문서의 제1권에는 ‘천인공노할 범행당일의 상황은 이러했다’라는 제목 아래 그 날의 상황이 3쪽에 걸쳐 비교적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는 그동안 알려져왔던 당시 정황과 거의 일치한다.

범인인 재일교포 문세광(23)은 요시이 유키오(1950년생)란 이름으로 된 위조여권을 통해 입국한 뒤 8·15 광복 29주년이었던 이날 오전 8시께 자신이 묵었던 조선호텔에서 나와 호텔 도어맨을 통해 빌린 검정색 포드 20M 승용차를 타고 국립극장으로 향했다.

9시. 입장 허가증인 ‘비표’가 없었음에도 아무런 제지 없이 차를 타고 극장 정문 남쪽 일반인 통행문으로 들어온 그는 로비에서 청와대 경호원과 나란히 앉아 귀빈으로 행세하며 행사장으로 입장해 10시3분 B열214호 좌석, 즉 B열의 맨 뒷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연단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광복의 의의와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경축사를 낭독하고 있었고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박 대통령을 향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 낭독이 ‘조국 평화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이라는 대목에 이르렀던 10시23분, 문세광은 앉은 채로 왼쪽 허리춤에 차고 있던 리볼버 권총(스미스 앤 웨슨 38구경)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긴장으로 인해 땀에 젖은 손은 실수로 방아쇠를 잘못 건드리고 말았다.

▲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 당시의 수사자료를 토대로 그린 국립극장 내부 현장 약도.




‘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처음 발사된 이 총알은 문세광의 허벅지를 관통했으나 이 소리를 관중들도, 경호원들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문세광은 당황한 나머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B와 C열 좌석 사이 통로로 뛰어 나오며 박 대통령이 서 있는 연단을 향해 두 번째 총알을 발사했다.

‘탕!’

두 번째 총알은 연설대 왼쪽에 맞았다. 관중들도 비로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순간적으로 연단 아래로 몸을 숨겼고, 문세광은 다리를 끌며 박 대통령과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연단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탕, 탕!’

첫 번 째 총알이 발사된 뒤 8초. 관중들의 아우성과 비명에 섞여 연이은 총소리가 극장 안을 울렸다. 세 번째는 불발이었고, 이어 발사된 네 번째 총알은 대통령 부인 육영수씨의 머리 오른쪽에 맞은 것으로 공식발표됐으나, 이 대목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관중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쏜 마지막 다섯번째 총알은 연단 뒤 쪽에 걸려있던 태극기에 맞았다.

귀빈석에 앉아 있던 박종규 경호실장이 권총을 빼들고 달려나오는 등 경호원들이 문세광을 제압하며 몇 초 간격으로 세 발의 대응 사격을 하는 사이 관중석에서는 또 한번 날카로운 여학생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고 극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오케스트라석 구석에서 문세광이 놓친 총이 발견되고, 문세광이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간 뒤, 연단 뒤에서 오른쪽으로 몸이 완전히 기울어 귀빈석 의자에 기댄채 쓰러진 육영수씨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 육 여사를 안아 일으켰다.

문세광이 모두 네 발의 총알을 발사하고, 경호원들에 의해 상황이 수습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분여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끝까지 경축사를 마무리했지만 머리에 총알을 맞고 서울대학병원으로 응급 후송된 육영수씨는 두 차례의 대수술 끝에 오후 7시 숨졌다. 관중석 합창단석에 앉아 있던 장봉화(18·성동여자실업고 2)양은 경호원이 쏜 것으로 보이는 총탄에 맞아 숨졌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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