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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은 21일 밤9시 뉴스에서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한 중앙일간지 간부와 한 대기업 고위간부가 특정 대선후보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녹음 테이프의 녹취록을 보도했다. <한국방송> 화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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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97년 안기부 불법도청’ 녹취록 공개
국정원 과거사위, 진상조사 착수
국가정보원(원장 김승규)은 21일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에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가 ‘미림팀’이라는 비밀조직을 가동해 정계·재계·언론계 주요인사들의 대화 내용 등을 불법 도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일부 언론이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의혹을 보도한 데 대해, 잘못된 과거를 씻어버린다는 자세로 그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한 점 의혹도 없이 국민들에게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어 “조사결과에 따라 잘못된 점이 있다면 그에 상응한 조처를 취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위해 민간인이 참여하고 있는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가 조사를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방송>은 이날 밤 9시 뉴스에서 “당시 안기부 비밀도청팀이 녹음했던 내용을 입수했다”고 전제한 뒤, 16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1997년 9월9일 한 대기업 고위 간부와 중앙 일간지 간부가 서울 시내 호텔에서 만나 1시간30여분 가량 나눈 대화의 내용을 보도했다.
한국방송이 보도한 녹취록에서 이들 두 사람은 주요 대선후보 쪽에 수십억원의 대선자금을 제공하는 문제 등을 상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화에서 대기업 고위 간부는 한 유력 대선후보가 30억원을 자신들에게 요구했으며, 또다른 후보는 10억원을 요구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대기업 간부는 또 자신이 속한 기업의 총수가, 한 유력 대선후보와의 접촉은 여러 사람을 통하지 말고 이 중앙 일간지 간부가 맡도록 지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한국방송은 보도했다.
언론사 간부는 이에 대해 한 후보 쪽의 경우 보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한 뒤, 자기 회사에 있다가 이 후보 쪽에 합류한 사람을 통해 18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치 신문에서 “안기부가 1993년부터 98년 2월까지 ‘미림팀’이라는 특수 도청팀을 가동해 정·재·언론계 인사들이 만나는 식사자리를 불법 도청했다”며 “도청 내용에는 모 재벌 고위 인사와 중앙 일간지 고위층 간의 대선자금 지원 논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미림팀이 생산하는 도청 테이프의 녹취록과 보고용 요약 문건인 ‘미림 보고서’는 국내정보 담당 차장과 안기부장 정도만 접할 만큼 최고의 보안사항이었다”고 전했다.
미림팀이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진 93∼98년 당시의 안기부장은 김덕·권영해씨였으며, 국내 정보를 맡는 1차장은 황창평·정형근·오정소·박일룡씨가 이어 맡았다. 이에 대해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전혀 아는 바 없다”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개인적 충성심의 과잉에서 했을 수도 있지만, 조직 차원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녹취록에 나오는 대기업의 홍보담당 임원은 이날 “한국방송의 보도내용은 녹음테이프에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한국방송을 상대로 법적 조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석현-이학수씨, 보도금지 가처분신청
법원, ‘실명금지’ 등 조건 사실상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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