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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미림’서 직접활동 안해…다른사람한테 받았을 가능성
지난 97년 만들어진 ‘안기부 도청 테이프’는 어떻게 햇빛을 보게 됐을까. 그동안 정권이 두 번 바뀌고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치권과 국정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도청 테이프의 존재는 99년께 처음 외부에 알려졌다. 김영삼 정권 당시 극비리에 운영되던 도청팀 ‘미림’의 일부 직원이 퇴직하면서 ‘삼성의 대선자금 지원 논의’등의 내용이 담긴 테이프 수천개를 밖으로 빼낸 뒤 삼성그룹 쪽에 3억원의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그룹 쪽은 국정원에 협조를 요청했고, 국정원은 그제서야 비밀도청팀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권교체로 이름을 바꾼 국정원은 미림이 드러나지 않는 비밀조직인데다 정권 교체기여서 1년이 넘게 팀의 존재 자체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당시 감찰실을 동원해 사태 파악에 나서, 퇴직 직원이 5년치 도청 테이프를 밖으로 갖고 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량 압수해 폐기했다는 것이다. 회수한 도청 테이프는 군용 더플백 2개에 가득 찰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유출된 것을 보면 당시 일부는 남겨졌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해 김대중 정부 초기 국정원에서 면직된 인사들의 모임인 ‘국가사랑모임(국사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테이프 유출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애초 이 테이프를 처음 입수한 문화방송 쪽은 퇴직한 안기부 직원 김기삼씨한테서 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 머물며 망명을 신청해놓은 것으로 알려진 김씨가 이 테이프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정원 쪽은 김씨가 ‘미림’에서 직접 활동하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어 그가 다른 사람을 통해 입수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씨는 국사모와도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져 입수 경위 역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사 용의를 밝힌 국정원이 확인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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