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2 20:03
수정 : 2005.07.22 20:07
네티즌들, 중앙 축소보도에 비난 쏟아대
22일에도 서울 여의도 방송가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날 이뤄진 ‘1997년 대선자금 도청 테이프’ 관련 보도의 거센 후폭풍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문화방송>은 절치부심했다. 이날 밤 9시 뉴스에서 무려 20여 꼭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테이프 내용의 대부분을 소화했다”고 한 기자는 말했다. 홍석현 주미 대사가 계속 대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와 삼성 및 정치권 반응 등 보도에 대한 사회적 반향도 함께 보도했다.
전날 첫 보도에서 <문화방송>은 <한국방송>에게 내용적으로 완패했다는 뼈아픈 평가에 내몰렸다. 21일치 <조선일보>의 ‘안기부 불법도청’ 기사에 허를 찔린데다, 이날 보도 결정 직후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 주미 대사의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결국 테이프 원음방영과 실명보도, 내용 직접 인용이 모두 금지되자, ‘엑스 파일’의 대략적인 내용만을 내보내는 쪽을 택했다.
반면 <한국방송>은 밤 9시 뉴스에서 기다렸다는 듯 테이프를 풀어 쓴 녹취록의 주요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했다. 당시 대선 후보들에게 대선자금을 전달하는 방법과 기아자동차 인수 문제, 한 대통령 후보의 건강문제에 대한 한 일간지의 개입문제 등을 그래픽과 더불어 녹취록에서 인용 보도했다.
한국방송의 보도 직후 문화방송 5층 보도국엔 냉랭한 기운마저 감도는 듯 했다. 한 기자는 “케이비에스는 대화를 그대로 인용했던데, 우리도 좀 더 세게 붙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허탈해했다. 선동규 특별취재단장은 “방송 30분 전에야 법원 결정이 나와 미리 준비했던 원음 포함 보도를 내보낼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방송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한 기자는 “사실 엠비시가 다 공개할 줄 알고 우리도 부랴부랴 준비했는데…”라며 어이없어 했다. ‘약한’ 모습도 드러냈다. 허를 찔린 삼성그룹이 뒤늦게 법적 대응 방침을 통보하자, 한국방송은 급기야 인터넷에서 관련 보도를 내린 데 이어, 밤 11시 뉴스에서도 이 보도를 뺐다. 다른 기자는 “삼성 쪽에서 ‘더 보도하면 반드시 법적 대응한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한국방송은 22일 밤 9시 뉴스에서도 전날과 비슷한 형식으로 미처 다 풀지 못한 내용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네티즌 반응도 뜨겁게 갈렸다. 문화방송 뉴스 게시판엔 ‘열대야보다 더 덥고 짜증나게 한 밤의 엠비시’, ‘엠비시 언론이기를 포기하나요’, ‘참담한 엠비시’ 같은 제목의 비난 글들이 200건 가까이 쏟아졌다. 반면 한국방송 뉴스 게시판엔 ‘케이비에스는 이순신, 엠비시는 원균’ 같은 칭찬성 글들이 올랐다.
한편, <중앙일보>가 22일치에서 테이프 내용에 대한 언급없이 불법도청의 문제점과 가처분 신청의 정당성만을 옹호한 기사를 실은 것을 두고도 네티즌들은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YJK316’은 “삼성의 대변지”라고 했고, ‘k3949’는 “홍석현이 관련되고 삼성이 관련되니까 개인 사생활보호? 에끼 중앙일보”라고 비꼬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