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5 19:36
수정 : 2005.07.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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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맞은 의원들 “회기보다 더 바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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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대 잡고…축사 청소 하고…영어·컴퓨터 배우고…
“‘하한기’라구요? ‘하번기’에요!”
국회가 열리지 않는 7∼8월, ‘유람성’ 외국 나들이 등으로 입길에 오르는 의원들이 적지 않지만, 이 기간을 의미있게 보내느라 애쓰는 의원들도 있다.
우선 의원들의 ‘테마 있는 외출’이 눈에 띈다. 장애인인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과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 장애인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은 오는 28일 2주 일정으로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장 의원 등은 8월1일부터 열리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장애인권리조약에 ‘여성 장애인’ 문제를 독립조항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여성 장애인은 출산과 육아, 인권 면에서 장애인 가운데서도 열악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독립조항을 신설하도록 유엔에서 설득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임태희·정두언 의원은 지난 19∼22일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한국어 교재 등 우리 책 8천권을 전달하고 왔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0∼19일 8박9일 일정으로 섬진강을 도보 순례하며 시민단체와 주민, 지방자치단체 등을 만나 ‘강 살리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체험, 삶의 현장’형도 있다. 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26일 지역구인 경기도 안성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치매노인 목욕 봉사를 한다. 그는 지난 20일에는 한우농장 축사를 직접 청소하고 번 일당 3만원을 소년소녀가장 돕기 성금으로 냈다.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1∼22일 이틀 동안 지역구인 경북 포항에서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 의원은 “지난 2000년부터 해온 연례행사”라며 “햇수를 거듭할수록 택시 수익이 줄어, 이번에는 하루 14시간을 일하고도 사납금 6만5천원에 부족한 4만7천원 밖에 못 벌었다”고 말했다.
평소 못한 공부에 열을 올리는 ‘학습형’들도 많다. ‘농사꾼’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좌관들을 ‘강사’ 삼아 컴퓨터 공부에 열심이다. 그는 현재 ‘외발 독수리 타법’에, 전자우편도 직접 작성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강 의원의 보좌관은 “인터넷 게시판에 자유롭게 댓글을 달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게 올 여름방학의 목표”라고 귀뜸했다.
김영춘·이계안·이은영 의원 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은 다음달 예·결산 심사에 대비해 일주일에 한번씩 예결산 공부 모임을 열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음성원·이영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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