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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억 펀드’ 조성 강제징용 외국인 보상 |
정부-기업 손잡고 5조4천억 모아
2000년 7월6일 독일 하원은 ‘역사적인 법안’ 하나를 통과시켰다. 독일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100억마르크(5조4천여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 강제징용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보상을 하기로 한 것이다.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라는 기금은 명칭에서 그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독일 전시경제를 떠받친 ‘노예’와 다름없었다. 나찌 정권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자 독일군 점령지역의 외국인들과 전쟁포로를 강제동원해 군수공장 등에 투입했다. 1944년 당시 이렇게 강제동원된 외국인 노동자는 800만명에 이르러 독일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기금은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희생에 의해 정부와 기업이 모두 이득을 봤다는 점에서 양쪽에 절반씩 부담을 지도록 했다. 이에 따라 도이체 방크를 비롯해 알리안츠, 다임러크라이슬러-벤츠, 지멘스 등 6500여 기업이 연대펀드를 만들어 50억마르크를 댔다. 독일 시민단체는 보상금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돈을 내지 않는 기업 명단을 공개해 기업들을 다그쳤다. 결국 이 기금에 의해 강제노역 피해자 20만명에게 1인당 평균 1만5000마르크(800만원)의 보상금이 주어졌다. 독일은 사회적 연대와 합의를 통해 과거사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유강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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