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1 19:40
수정 : 2005.08.0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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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에 대한 전면 거부의 뜻을 밝히는 동안, 김기춘·임태희·나경원 의원(왼쪽부터) 등이 머리를 맞대로 뭔가 의논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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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생각” 노 대통령 제안 공식거부
“지역주의는 정책정당으로 해소” 선거법 개정 반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단호히 거부하며, (노 대통령은)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가는 연정 논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친 노 대통령의 연정 논의 제의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 왔다.
박 대표가 이날 ‘작심하고’ 연정논의 거부를 선언한 것은, 노 대통령에 이어 열린우리당 지도부까지 적극적으로 연정 공개협의를 제안하는 등 여권이 총체적으로 연정 공세를 펴는 데 대해 ‘쐐기’를 박을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노 대통령의 연정 구상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헌법 파괴적 발상”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선거법 하나를 개정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력까지 내놓겠다는 것은 실로 무책임하고 헌법 파괴적인 생각이며, 헌법파괴를 넘어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한 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나눠주는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받을 의사가 조금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연정을 한다면 국회 299석 중에서 271석을 차지하는데, 이것은 ‘1당 독재’와 다를 바 없다”며 “연정은 야당과 민주주의의 실종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여야 모두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다음 총선이 실시되는) 2008년을 앞두고 해야 한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저와 한나라당은 진정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서 민생을 살리는 길로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표의 회견에는 ‘집안 단속’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일부 초·재선 의원과 당직자들 사이에서 연정론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거나, 1987년 헌법체제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태”라며 “회견으로 당의 입장이 확실히 정리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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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열린우리, 박 대표 거부의사에 ‘고심’
1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연정’ 제안을 공식 거부함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연정론의 불씨를 지필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유시민 의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에서 박 대표의 연정 논의 거부에 대해 “아무리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을 어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하다”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 관계자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날텐데…”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일단 연정론은 미뤄놓더라도, 지역주의와 선거구제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보겠다는 궁리를 하고 있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박 대표가 연정 제의는 거부했지만, 선거구제 개편과 지역구도 해소 문제까지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 문제를 먼저 공식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 쪽에서 조만간 (야당 대표들과) 구체적인 접촉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의 ‘씽크 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의 양형일 부원장도 이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서병수 부소장과 만나, 정책토론회 공동 개최 방안 등을 협의했다. 당내 개혁당 출신 의원들이 모인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도 3일 국회에서 연정과 선거구제를 주제로 정치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유시민 의원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참석해 토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선거구제 개편 등에 적극적인 민주노동당과 힘을 모아, 국회 안에서 논의를 확산시켜 가려는 전략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적인 실행계획 등을 확정하기 위해 △9일 의원총회 △12일 중앙위원회 △29~30일 의원워크숍 등을 잇달아 열 예정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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