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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5 07:22 수정 : 2005.08.05 17:34

옛 국가안전기획부 불법도청 팀장이었던 공운영씨가 구속된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밤늦도록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김대중정부 실세 도청자료 은폐
DJ에게도 보고됐을 가능성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천용택 전 국정원장 등 김대중 정권의 실세들이 ‘엑스파일’의 내용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도덕성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만일 내용을 알았을 때(1999년) 적법하게 처리했다면, 삼성의 불법자금 살포나 검사들의 떡값 수수 등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가 훨씬 쉽고 공소시효 문제도 걸리지 않아 그 실체를 더욱 낱낱이 드러낼 수 있었지만, 자신들이 관련된 내용 때문에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폐 전모=미림팀장 공운영씨와 박인회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옛 여권의 실세들이 삼성의 불법행위 사실을 파악한 것은 99년 9월께다. 공씨한테서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건네받은 박씨는 9월 말께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과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을 찾아가 녹취록을 건넸다. 박 전 장관과 삼성 쪽이 모두 이를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에게 ‘신고’하면서 천 전 원장도 내용을 파악했다.

천 전 원장은 이건모 감찰실장에게 지시해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회수했고, 이 전 실장이 내용을 모두 파악한 뒤 이를 폐기한 것으로 돼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천 전 원장은 박 전 장관 및 삼성과 긴밀한 협의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천 전 원장은 이 사건이 불거진 뒤 “대략적인 보고를 받은 일은 있지만, 내용은 전혀 모른다”고 한 차례 해명한 뒤 입을 닫고 있다. 박 전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대목도 먼저 밝히지 않았다. 마치 아래에서 다 한 것을 결과만 보고받았다는 식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사건 파악 및 은폐 흐름도

천 원장은 도청 테이프 소각작업이 진행 중이던 99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97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한테서 (삼성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말해 전격 경질당했다. 그가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또 “삼성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늙은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사과했다”는 사실은, 천 전 원장이나 박 전 장관 등이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옛 여권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이 이 문제로 삼성 쪽과 여러 차례 협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청내용 어디까지 파악했나?=천 전 원장은 이미 공개된 삼성 관련 도청 자료뿐 아니라, 국정원이 공운영씨한테서 회수한 자료들의 내용도 상세히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 감찰실이 99년 9월께 도청자료를 회수해 같은 해 12월 이를 폐기할 때까지 이미 관련 내용을 상세히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기관의 속성상 이를 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공운영씨가 사건 초기 기자들에게 “천 원장은 테이프를 잘 써먹었다”고 말한 것은 천 전 원장이 관련 내용을 여러 차례 활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그가 다른 도청자료의 내용까지 알았다면, 당연히 박 전 장관 등 김대중 정권의 핵심 실세도 이를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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