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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5 18:57 수정 : 2005.08.05 20:54

CDMA 암호화된 음성 낚아채 해독

국가정보원이 5일 휴대전화 통화도 도·감청해온 사실을 시인하면서, 휴대전화 도·감청 방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국정원 발표는 “휴대전화 도·감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정보통신부와 검찰, 이동통신업체들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했나?=국정원은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수입하거나 개발해 감청했다고 밝혔다. 감청 장비로 도청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어떤 기술을 이용해 감청 장비를 개발했고, 어떤 방식으로 도·감청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통신망은 1995년까지는 모두 아날로그방식이었고, 1996년부터 디지털(CDMA)방식으로 바뀌기 시작해, 1999년 말까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이 함께 사용됐다. 디지털로 바뀐 뒤에는 ‘95에이’에서 ‘95비’로, 다시 ‘시디엠에이 1엑스 2000’으로 발전했다.

아날로그 방식은 음성을 신호로 바꾸기만 해 전파에 실어 보내고, 디지털은 음성을 신호로 바꾼 뒤 다시 디지털화하고 암호화해 보낸다. 이런 기술 특성으로 볼 때 아날로그 휴대전화 감청은 비교적 쉬웠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업계 전문가는 “아날로그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처럼, 도·감청 상대의 통화 주파수를 찾아 들으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아날로그 휴대전화 감청은 쉬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대전화 도·감청을 하려면, 상대가 가까운 거리(최대 200m 이내)에서 통화를 해야 하고, 기지국을 기준으로 상대와 같은 방향에 있어야 한다. 휴대전화 기지국은 방향에 따라 다른 성질의 전파를 사용해, 같은 기지국 반경이라도 방향이 다른 곳에 있으면 도·감청 상대의 통화에 이용되는 전파를 잡을 수 없다.

또 휴대전화 단말기에는 ‘핸드오프’ 기능이라는 게 있어, 통화 연결 지점을 늘 전파 상태가 가장 좋은 기지국으로 바꾼다. 통화중일 때도 전파 상태가 더 좋은 기지국을 발견하면 그리로 연결 지점을 바꾼다. 기지국이 촘촘한 도심에서는 몇 발짝 움직이거나 방향을 바꿔도 기지국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상대가 이동중일 때는 도·감청이 쉽지 않다. 도·감청을 예방하는 방안으로 ‘중요한 통화를 할 때는 차로 빨리 달리면서 하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신 집이나 사무실 등 평소 자주 머무는 곳에서의 통화는 도·감청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파나 의자에 앉아 통화하면, 통화중에 기지국이 바뀔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디지털 휴대전화도 이동식 감청 장비를 개발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정통부와 이동통신 업체들은 그동안 “시디엠에이 방식 휴대전화는 통화내용을 암호화해 보내, 도·감청이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시디엠에이 방식이 보안에 뛰어나긴 하지만, 도·감청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지적해왔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휴대전화 도·감청 장비가 판매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도·감청을 방지하기 위한 비화(비밀통화) 기능을 가진 휴대폰이 출시되기도 했다.

지금도 가능하나?=김승규 국정원장은 “현재 사용되는 시디엠에이 1엑스 2000 휴대전화는 도·감청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통신망은 2000년대 들어 새로 구축된 휴대전화 통신망”이라며 “휴대전화 도·감청 논란이 이는 데다가 휴대전화 도·감청 장비까지 거래되자, 통신망의 보안기능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당분간만”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분명히 어딘가에는 허점이 있을 것이고, 휴대전화 도·감청 장비 개발업체들이 허점을 찾아 공략하는 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정부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휴대전화 통신망에 감청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가 마련한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통신망을 감청이 가능한 상태로 구축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개정안이 원안대로 국무회의 의결을 통과해 시행되면, 휴대전화도 감청이 가능하게 된다.

김 국정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휴대전화를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말해, 휴대전화 통신망에 감청기능을 추가하는 것에 미련을 나타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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