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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긴급 당직자회의에서 김무성 사무총장(가운데)이 국가정보원의 발표와 관련해 현 정부의 불법 도·감청 의혹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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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세
5일 국가정보원의 김대중 정부 불법도청 발표로 한나라당이 수세에서 공세로, 순식간에 자세를 바꿨다. 한나라당은 지난 1998년 이후 자신들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불법 도·감청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기세를 올렸다. 또 “2002년 3월 이후 도청이 중단됐다는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해, 노무현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한나라당은 이날 김무성 사무총장 주재로 긴급 당직자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서 끊임없이 도청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부인으로 일관하던 김대중 정부가 불법 도·감청을 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특히 휴대전화 도청이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 전 국민과 함께 경악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불법도청이 중단됐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로 중단됐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의장과 이강래 의원은 왜 지금까지 (도청 사실을) 숨기고 있었는지 명백히 해명해야 한다”며 “이들이 모르고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불법도청을 지휘한 역대 국정원장들과 국회에서 위증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해 고발 등 법적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당 불법도청 근절 조사단장인 권영세 의원은 “불법도청 행위는 공소시효가 7년(2001년 12월29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전에는 공소시효 5년)이므로 2000년 8월 이후 관련 책임자는 모두 처벌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며 “특히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2003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휴대전화는 도·감청이 불가능하다고)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표는 전북지역 수해현장 방문 중 국정원 발표를 접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이 국가 이익만을 위해서 일하고 본연의 사명에만 충실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불법도청을 할 수 없도록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야 4당이 함께 논의해 온 불법도청 특검법 발의를 서두르는 한편, 다음주 국회 정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어 불법도청 문제를 추궁할 계획이다. 한편, 임태희 수석부대표는 이날 “현 정부가 이런 사항을 이제 와서 공개하는 데에는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이와 관련해 이정현 부대변인은 “(불법도청 사실 시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연정과도 무관하지 않고, 지방선거를 겨냥해 정치권 지각변동을 노린 공작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한 당직자는 “호남과 완전히 결별하더라도 옛 정치세력과 철저히 단절한다는 식으로 정치권을 판갈이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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