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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9일 오후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의 참고인 겸 피고발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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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파문, 삼성 불법로비의혹 조사
검찰이 9일 ‘삼성의 2인자’로 이학수 부회장을 참고인 겸 피고발인 자격으로 부름에 따라 참여연대에 의해 함께 고발된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도 검찰 조사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 회장 등의 소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피고발인들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소환조사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를 해야 할지는 수사를 더 해봐야 안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검찰은 애초 “불법 증거를 근거로 수사할 수는 없다”며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에 나오는 이 회장 등의 불법로비 의혹 수사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건찰 “원론적으로 조사 검토 필요성 있다”
삼성 긴장속 소환대비 법률적 검토 마쳐 도청 테이프에 담긴 이 부회장과 홍 대사 사이의 대화에는 삼성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 이 회장의 지시를 언급하는 발언이 여러 차례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를 근거로 이 회장과 홍 대사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회장이 자금 집행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처럼 “관여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소환을 하지 않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에서 불법로비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서가 나오지 않으면 검찰이 홍 대사와 이 회장을 소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고발됐다고 해서 모두 조사할 필요는 없다”며 “조사할 필요가 없는데 (이 회장 등을) 망신을 주기 위해 소환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날 조사에서 이 부회장은 도청 테이프 유출과 관련해 비교적 자세한 진술을 했지만, 불법 로비자금 전달 의혹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회장 개인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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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등 고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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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에 대한 사전조사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을 소환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약한 고리’를 건드려야 하는데, 이 부회장은 이미 검찰 조사 경험이 많은 ‘강한 고리’”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 회장 등의 소환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다분히 ‘전시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 삼성 쪽은 이날 이 회장 소환 여부에 대한 검찰 관계자의 말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느라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 회장에 대한 소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실제 소환될 가능성은 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이 회장 소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검찰 조사에 앞서 철저한 법률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이 회장이 검찰에 불러가면 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 이후 10년 만의 검찰 출두다. 이춘재 정남기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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