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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9일 오후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의 참고인 겸 피고발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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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결론 내려 총장 실행여부 주목 이학수 본부장 불러 피고발인 조사
검찰이 최근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 테이프 내용을 수사하는 데 “법리적 문제가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 수뇌부가 어떻게 수사 방향을 잡을지 주목된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대검 연구관(검사)들이 도청 테이프의 내용을 수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법리적 문제를 검토해 5일께 검찰총장한테 ‘테이프 내용 수사에 법리적 문제는 없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내부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헌법과 통신비밀 보호법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른바 ‘독수독과’ 이론과 독일 ‘슈타지 문서관리법’ 등 외국 사례까지 광범위하게 분석해 법리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독이 든 나무에는 독이 있는 열매가 열린다’는 독수독과 이론은 위법수집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 판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 내용 수사를 반대하는 논리의 주요 논거가 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독수독과 이론은 미국에서도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위법수집 증거도 위증죄 처벌 등에 실제 사용되고 있다”며 “위법수집 증거를 수사의 단서로 삼는 것도 허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불법도청 내용을 근거로 법원이 수색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허용되는 주 법원 판례도 있는 만큼 수사 반대 논리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옛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의 도청 자료 등에 대한 관리규정을 담은 슈타지 문서관리법도 기본적으로 당사자만 내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국가 안보 저해 사범이나 살인, 마약 등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수사기관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 검토 결과는 외국과 법률 환경이 많이 달라 ‘내용 수사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이르면 이번주 안에 수사 여부에 대한 최종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내용 수사를 하게 되면 특별수사본부 형태로 서울중앙지검에서 할 수도 있고, 대검 중수부에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박인회(58·구속)씨와 공운영(58·구속)씨를 연결해준 것으로 알려진 임병출(58)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8일에도 그동안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다가 자진출두한 임씨를 밤 늦게까지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임씨의 혐의를 단정하기 어려워 임씨 진술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들어보기 위해 일단 돌려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9일 오후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참고인 및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 뒤 밤 10시50분께 돌려보냈다. 이 본부장은 도청 테이프에 담긴 1997년 대선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의 대화 내용이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사실에서 최대한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의 소환 여부에 대해 “원론적으로 소환 검토 대상인데, 실제로 소환을 할지는 더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안창현 황상철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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