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2 15:39
수정 : 2005.08.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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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전 민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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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대사면 에 시민사회·누리꾼들 비난 봇물
12일 발표된 8·15 대사면에 이상수, 김영일씨 등 2002년 불법대선자금 관련 인사를 포함한 비리 정치인 등이 대거 포함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불붙고 있다. 이번 사면에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캠프 쪽 정대철·이상수·신상우 전 의원과 서영훈 전 민주당 총재, 이회창 캠프의 김영일·신경식·최돈웅 전 의원 등 불법대선자금 관련 정치인 13명이 포함됐다.
이들 가운데 특히 뜨거운 비난을 받는 이는 정대철씨와 김홍업, 김홍걸씨다. 정대철씨는 불법대선자금 사건이 아니라 ‘굿모닝 시티’ 윤창열 대표 등으로부터 4억원을 받아 2004년 1월 구속됐다. 올 2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지난 5월 형집행 정지로 석방돼, 실제 복역기간은 약 1년4개월에 불과하다. 대선자금 관련 직책을 맡았다는 이유로 정씨를 사면한 것은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개국공신’에 대한 예우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개인비리로 구속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김홍걸씨가 사면대상에 포함된 것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12일 성명을 내고 “이번 대사면은 국민대화합은 명분일 뿐이고 사회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정략적 고려가 있을 뿐이고, 정치동업자인 그들만의 통합이 있을 뿐이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차떼기’로 상징되는 지난 불법대선자금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여전히 식지 않았다”며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정략적 고려로 이들이 사면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도 이날 성명에서 “정부가 나서서 부정비리 정치인과 선거사범들을 특별사면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어떤 이유와 근거를 동원하더라도 사법정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도덕적 불감증에 걸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이번 특별사면은 2002년 대선 불법자금 모금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과 선거사범들에게는 ‘광복’을 안겨주겠지만, 국민화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의 법에 대한 불만과 저항감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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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전 민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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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경욱 사무처장도 “정치자금 관련 사범에 대한 사면권 남용에는 규제가 필요한데 정치사범은 쉽게 풀려나는 반면 양심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이번 사면은 광복 60년 기념 사면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양승함 교수는 “안기부 도청 파문으로 정경유착이 도마에 오르는 상황에 대선자금 관련 비리 정치인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은 개혁을 내세우는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노동당은 “정권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행태”라고 비난했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온 나라가 불법도청과 불법 정치자금의 충격에 우려를 금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불법 정치자금 대상자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이 정권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홍승하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불법대선자금 연루자에 대한 관용은 정·경·언 유착고리를 연장하겠다는 것으로 노무현 정권의 개혁포기 선언”이라며 “현 정부와 불법비리의 후예 정당들에게 불법 비리 근절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이번 사면은 한마디로 정대철 이상수씨를 풀어주기 위해 400여만 명을 들러리 세운 사면이다”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원칙과 기준없이 여당 위주로 사면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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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전 한나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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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도 비리 정치인들의 사면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주요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 등에는 “이러면서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는가…이따위 사면법이 있는 한 여·야 정치권 모두 뇌물비리를 계속 저지를 것이다”, “정의가 없어져 가는 대한민국”, “노무현 정권도 과거 정권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으니…”, “이런 것을 보면 진정 당신들이 말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처럼, 대사면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면서 사면권 제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면을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으로 규정하고, 사면권 제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 사면대상범죄를 제한하고 사면심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사면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면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청원하고 사면법 개정운동에 돌입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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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돈웅 전 한나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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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논평을 내어, “대통령의 사면권이 부정비리 연루 정치인과 선거사범에 대한 면죄부로 활용되어서는 안되고, 대통령의 사면권이 헌법적 권한이더라도 헌법적 상위 개념인 법치주의 원리를 넘어설 수는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며 “국회는 1948년 제정 이후 한번도 개정한 바 없는 현행 사면법을 개정하여 대통령의 사면권 절차를 엄격히 하고, 사면의 범위와 대상을 법치주의 구현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면조치 가운데 한총련 관련 양심수, 미복귀자, 수배자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사면복권을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역대 4번째 규모인 이번 대사면에 부패 비리 정치인이 포함된 것은 국민의 뜻과는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면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연합뉴스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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