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8 21:02
수정 : 2005.08.1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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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법무부 차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 회의장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김 차관은 이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중 한 사람으로 자신을 지목한 직후, 법무부 공보관을 통해 차관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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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 전·현직 7명 실명 공개
관련자 “돈 받은 적 없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8일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테이프(엑스파일)에서 삼성 쪽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나온 김상희 법무부 차관 등 전·현직 검찰 간부 7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김 차관은 이날 오후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대부분 관련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김 차관은 이날 ‘사퇴의 말씀’이란 글을 내어 “경위야 어떻든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차관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파일에서 이른바 ‘기본 떡값’을 받은 외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한테서 직접 500만원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그는 “홍석현 전 회장은 고종 6촌형이고 어린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지만 삼성이나 홍 회장한테서 어떤 명목으로도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 차관을 비롯해 1997년 9월 명절 떡값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검찰간부들의 이름을 공개했다. 노 의원은 “김 차관은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기본 떡값’에다가 500만원을 더 받았고, 당시 서울지검 형사6부장이었던 홍석조 현 광주고검장은 97년에 2천만원, 96년 3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며, “홍 고검장은 홍석현씨의 친동생으로 후배검사들에게 떡값을 전달하는 구실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법무 차관으로 나중에 법무 장관까지 지낸 최경원씨는 ‘기본 떡값’을 받았고, 김두희 전 법무 장관도 2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며, “당시 서울지검장이었던 안강민씨나 서울고검 차장검사였던 한부환 전 법무 차관 등도 ‘기본 떡값’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서울지검 2차장검사로 홍석현씨의 1년 선배인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은 연말에 따로 떡값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수된 엑스파일 녹취록을 보면 삼성은 명절 때마다 떡값 리스트를 작성해 체계적으로 떡값을 건넸으며, 리스트를 작성한 사람은 삼성 쪽의 정아무개 전무대우 고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녹취록에는 홍석조 고검장 대목에서 ‘작년에는 3천 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라고 말하거나, ‘2차장은 연말에나 하고’라고 언급하는 대목이 있어 떡값을 97년 추석 한 차례만 돌린 것이 아니라 삼성이 지속적으로 검사들을 관리해온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실명이 공개된 전·현직 검찰간부들은 일제히 “사실 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은 “삼성의 관리대상도 아니었고 돈도 한푼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안강민 전 지검장은 “현직 시절 누구한테 돈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고, 한부환 전 법무 차관도 “97년 삼성 쪽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홍석조 고검장도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나한테 돈을 받았다는 사람을 찾아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두희·최경원 전 장관들은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노 의원은 이날 실명 공개 뒤 개인성명을 내어, “떡값을 받은 검찰인사 7명의 이름을 공개한 것을 놓고 면책특권 범위 안이니 밖이니 말들이 무성하지만 내가 도청 테이프에 들어 있는 ‘떡값 검사’들의 명단을 보고서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나를 기소하려면 하라”고 말했다. 이춘재 황상철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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