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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8 21:05 수정 : 2005.08.18 21:14

노회찬(왼쪽) 민주노동당 의원이 18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김상희 법무차관(오른쪽 끝)에게 삼성에게 ‘떡값’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따져묻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주니어’ 급까지 관리…검찰 후폭풍 거셀듯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8일 ‘엑스파일’에 등장하는 전·현직 검찰 인사들의 이름과 함께 검찰에 대한 삼성의 ‘떡값’ 전달 과정을 상세히 공개함에 따라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검찰 고위 간부 외에 중견 검사들도 삼성의 ‘관리’를 받아 왔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법무차관 사표 이어
홍 고검장도 곧 거취표명
검찰전반 감찰 실시될수도

김상희(사시 16회) 법무부 차관이 이날 사직서를 내는 등 검찰은 당장 큰 혼란에 빠졌다. 김 차관과 함께 현직에 남아있는 홍석조(사시 18회) 광주고검장도 곧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삼성 ‘떡값’ 의혹이 불거졌을 때 “신뢰회복 차원에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고검장이 사퇴하면 현직에 남아 있는 검사들이 한 명도 없게 되기 때문에 떡값 파동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을 더욱 긴장하게 하는 것은 이들 고위 간부들 외에 당시 ‘주니어’급 검사들도 삼성의 관리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나왔다는 점이다. 노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석조(홍석조 고검장)한테 한 2천 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들, (이건희) 회장께서 전에 지시하신 거니까,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 …”라는 홍석현 주미대사의 발언이 나온다. 홍 대사가 거론하는 당시 ‘주니어’급 검사들은 아직 현직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홍 대사는 검찰 내 특정고 출신 인사들에게도 떡값을 돌린 것으로 녹취록에 나와 있다. 삼성의 관리를 받은 현직 검사들의 규모가 예상외로 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전반에 대한 대규모 감찰도 벌일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엑스파일’ 사건을 수사하는 것에 대해 공정성 시비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은 이날 “떡값 검사들이 득실대는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리 없으므로 즉각 특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수사가 시작된 지 20여일이 지났음에도 삼성의 떡값 제공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김 차관의 사퇴에 따라 검사장급 검사들에 대한 대규모 인사이동도 예상된다. 김 차관에 이어 홍 고검장도 사퇴할 경우 고검장급 두 자리가 비게 돼 지검장급 검사들의 승진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이날 감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상 사건) 수사팀과 그 지휘선상에 있었던 검사 및 간부에 대해서는 인사 때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혀, 당시 수사 최고 책임자였던 이종백(사시 17회)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인 이 고검장은 정상명(사시 17회) 대검 차장과 함께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95년 ‘전·노 비자금’ 수사때 이회장 11시간40분 조사가 계기된듯

삼성은 왜? 검사들에게 떡값 주려했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8일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전·현직 검사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삼성이 검사들까지 돈으로 관리했다는 의혹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후계구도 관련 사건들
잇단 무혐의처분 의혹

녹취록의 내용을 보면, 삼성이 1997년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검사들을 ‘관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더욱 짙어진다. 노 의원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은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97년 9월 나눈 대화를 도청한 것이다. 여기서 이 부회장은 “정 고문, 그 양반이 안을 낸 것 보니까 상당히 광범위하게 냈던데, 중복되는 부분은 어떻게 하지요? 중복돼도 그냥 할랍니까?”라고 묻자, 홍 전 회장은 “뭐, 할 필요 없지요. 중복되면 할 필요 없어요”라고 답한다. 녹취록에는 또 홍 회장이 “이번에 제2차장 된 부산에서 올라온 내 1년 선배인 서울 온 2차장, 연말에나 하고. 지검장은 들어있을 테니까 연말에 또 하고”라고 말한 대목도 있다.

떡값을 돌릴 명단을 작성했으며, 일회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떡값을 건넸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게다가 ‘회장의 지시’로 평검사들로 추정되는 ‘주니어들’에게까지 해마다 떡값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그러면 삼성은 왜 검사들에게까지 떡값을 주려고 했을까? 검찰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이 회장이 95년 11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에서 11시간40분 동안 조사를 받고, 10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은 일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시는 이 회장이 검찰에 불려가 수모를 당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삼성이 주요 보직에 있는 검사들을 챙기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안에서도 이른바 ‘삼성 장학생’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많은 검찰 간부들이 삼성이 주요 간부들에게 접근하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한다. 검사장을 지낸 ㄱ씨는 “서울중앙지검 부장에 발령받자, 삼성 쪽에서 골프를 치자고 해 서너 차례 부원들을 데리고 나간 일이 있다”며 “검사장으로 승진하자 연초에 이건희 회장 이름으로 큰 꽃다발과 연하장을 보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에 근무한 적이 있는 ㄴ씨는 “삼성이 주요 보직간부들을 관리한다는 얘기는 여러 곳에서 들었다”고 말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ㄷ씨도 “부장급으로 승진하자 삼성 쪽에 있는 후배가 계속 접근을 시도하는 등 관리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런 노력은 유사시 삼성 관련 사건에서 검찰의 우호적인 처분을 끌어내 보겠다는 속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의 후계구도 관련 사건들을 대부분 무혐의 처분하고,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도 “내가 다 알아서 했다”는 임원들의 말만 듣고 이 회장을 조사하지 않은 것 등을 검사 떡값과 연결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김차관 “홍석현씨와 고종 6촌이지만…”
노회찬의원 추궁에 “억울하다” 반박

‘엑스파일’에서 ‘떡값’을 받은 것으로 나온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 실명공개의 대상인 김상희 법무부 차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떡값 검사’ 명단을 발표한 노 의원은 회의에서도 지난 1997년 9월9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 비서실장 간의 대화 녹취록을 재차 공개하며, 김 차관에게 “돈을 받았느냐”고 직접 따졌다.

이에 대해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하고 국회에 출석한 김 차관은 억울함을 강조했다. 그는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게 지극히 억울하기 짝이 없다”며 “돈을 받은 사실은 없지만, 제가 차관으로 있어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손상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사직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노 의원의 말을 가로막아 가며, 엑스파일에서 자신에게 떡값을 준 것으로 나오는 홍석현 당시 사장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김 차관은 “홍 전 사장의 어머니가 저의 5촌 당고모이고, 홍 전 사장과 어릴 때부터 비교적 가까운 사이였지만, 그가 1994년 <중앙일보> 사장이 된 뒤에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며 “더구나 홍 전 사장은 누구한테 함부로 봉투를 주는 사람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이 “집안 사정을 물은 게 아니다”라고 반박하자, 김 차관은 “홍 전 회장이 귀국하면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노 의원은 “김 전 차관은 지난 7월21일 엑스파일 관련 보도가 나오기도 전에 대검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나온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는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를 할지 국민은 믿지 못한다”며 “검찰은 손을 떼고 특별검사로 넘기라”고 주장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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