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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6 18:38 수정 : 2005.01.26 18:38

▷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시대에 대한 평가는 최근 몇차례 선거에서 표심을 움직인 숨은 변수였다. 지난해 5월31일 경남지사 보궐선거 유세에서 유권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든 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연설을 듣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한나라 영남출신 ‘엄호’…비주류선 압박

한나라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부정적 유산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어떻게 대응할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딸로 그 자신이 당사자인 박근혜 대표는 일단 ‘박정희 시대’와 비켜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20일 “내가 누구의 딸인지 잊어달라”며 ‘의연한 대처’를 당에 주문한 뒤, 정작 자신은 침묵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26일 충북 청주의 아파트 건설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앞으로도 당분간 민생투어를 지속할 계획이다. 경제와 민생에 주력하면서, 당분간 과거사 논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겠다는 속내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당직자들과 영남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정희 시대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표에 대한 일종의 ‘엄호사격’인 셈이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이날 광화문 현판 교체에 대해 “조선닷컴과 동아닷컴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80%, 90%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25일 논평을 내어 “현미경을 대고 과거를 부정하려는 정치적 헤아림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박 대표가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비주류인 홍준표 의원은 최근 개인성명을 내어, “대표는 바뀔 수 있지만 한나라당은 영원해야 한다”며 “박 대표 스스로 앞장서 한나라당과 무관하게 자신의 문제로 국한해 당당하게 맞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게 홀로서기를 촉구한 것이지만, 여차하면 ‘박 대표 불가론’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소장파 의원모임의 관계자도 “광화문의 경우, 조선시대 건물인 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가 쓰인 현판은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니냐”라며 “당이 박 대표를 의식해 과거사에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반된 분위기는 차기 대통령선거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다음 대선에서 박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쪽과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쪽의 힘겨루기가 ‘박정희 문제’의 대응에 알게 모르게 투영되면서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권 기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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