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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31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등의 처리를 연기하기로 한 것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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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5돌 ‘절반의 성공’
‘운동단체의 하나에서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 28일 창당 5돌을 맞는 민주노동당의 ‘성장 신화’는 스스로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극적이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원내로 진입한 뒤에도, 안정적인 정당지지율로 제3당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보정당들이 퇴조하고 있는 가운데 홀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아시아 최대의 좌파정당’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화려한 외양에 걸맞게 진보정당으로서의 내실을 갖췄는지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70∼80년대 운동권을 연상시키는 구태의연한 활동 양태와 내부 정파간 다툼 등이 새로운 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권 → 제3당 안착 진보운동 선봉
정치판에 정당 민주주의 씨앗 뿌려
정파논쟁 지양…지역기반 확대해야
◇ 원내 진입이 최대 성과 = 민주노동당 5년의 최대 성과가 원내진입이라는 데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다. 창당 주역으로 당 대표를 지낸 권영길 의원은 “진보진영 안에서조차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던 진보정당이 출범 4년만에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에 딸린 진보정치연구소의 김윤철 연구기획실장은 “이전까지 여러 운동단체의 하나로 치부되던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입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진보운동의 선도조직으로 자리매김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부수적으로 보수일변도였던 정치판의 변화도 촉발시켰다. 진성당원 중심의 당 운영 등 정당 민주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고, 보수정당 위주인 한국정치에서 배제됐던 분배와 평등 등 사회적 의제들이 정치현장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 불확실한 미래 =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지지율 15% 안팎의 제3당으로서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만년 소수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가혹한 전망도 나온다. 우선 정책면에서 구호만 앞세우는 수준에 머무르면서 책임 있는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민주노동당이 지난 연말 국가보안법 문제가 제기됐을 때 당위적인 ‘폐지’ 구호만 내세우다가 곧바로 농성으로 간 것은 무책임하다”며 “국민의 절반이 폐지에 반대하는 상황이라면 과거 운동권 방식에서 탈피해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 설득에 나섰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당직을 사직한 윤종훈 회계사가 “당이 정책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990002%%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70∼80년대 정서를 지닌 과거 운동권 사람들이 조세나 복지 등 사회경제적 의제에 관심이 적고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민주노동당의 발전에 큰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지역사회에서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한다. “높은 당 지지율과 무관하게 지역구 당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데도 지역정치를 확대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어, 만년 소수당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고질적인 당내 정파간 갈등을 최대의 한계로 꼽았다. 그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높은 지지는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며 “운동정당에서 정파간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과거 운동권식의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춘 교수는 “민주노동당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여성·환경 등에서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만들어, 이를 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숫자로 본 5년, 지지율 1% → 15% %%990003%% 창당 이후 5년, 민주노동당의 외형 성장은 말 그대로 ‘비약적’이다. 창당 원년인 지난 2000년 1만여명의 당원에 1%대의 정당지지도로 출발한 민주노동당은 이제 7만 당원에 15% 안팎의 안정된 지지율을 유지하는 정당이 됐다. 민주노동당이 ‘도약’할 수 있었던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와 4·15 총선이었다. 기성 정당들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노동당을 대안 정치세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원 수도 이 시기를 전후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0년 1만2천여명에서 2001년 1만8천여명, 2002년 2만7천여명, 2003년 4만여명으로 완만한 증가추세를 보이던 당원 수는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7만명을 육박하게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새로 입당한 당원이 2만5천여명이나 됐다. ‘탄핵’ ‘4·15총선’ 발판도약
한때 20% 올랐다 떨어져
정당 지지율도 이 시기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5%대였던 지지율은 3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계기로 8%대로 뛰었고, 4·15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13.1%로 이어졌다. 당이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총선 뒤에도 정당지지율은 고공행진을 계속해, 한때 20%를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소수당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13∼15%에서 정체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노동당 지지층의 주력은 고학력, 사무직 노동자 계층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 11일 조사를 보면, 민주노동당 지지층의 직업별 분포는 사무직 노동자(27.0%), 학생(21.5%), 자영업(13.8%), 생산직 노동자(12.8%), 주부(10.7%), 농·어업(9.5%) 차례였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각각 21% 안팎이었고, 40대가 11.3%, 50대 이상이 6.4%였다.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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