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말고 천천히...
1일 개회되는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야간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겉으로는 전례 없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국가보안법·과거사법·사립학교법 등 쟁점 법안과 행정수도 후속대안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보안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합의대로 2월에 처리하자’는 열린우리당의 주장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의하자’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지난 연말의 극단적 여야 대치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날 이례적인 만찬회동을 통해 쟁점을 조율한 데 이어 31일에도 한목소리로 ‘정쟁 지양’과 ‘생산적인 국회’를 강조했다.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이번 임시국회는 입과 몸싸움은 줄이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생산적인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여당이 ‘무정쟁’에 호응하고, 어제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상견례도 했다”며, 여야간의 우호적인 분위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쟁점 사안들을 놓고는 날카로운 공방을 주고 받았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지난 연말에는 여당이 ‘과격상업주의’에 빠졌었지만 이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로 공생해야 한다”며 “그때 정쟁을 키운 쟁점 법안은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고 말해, 쟁점 법안 처리를 최대한 미룰 뜻임을 분명히 했다. 박세일 정책위의장도 “과거사법은 이번에 상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쟁점 법안들의 경우 “별도 기구를 통해 논의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연말 여야가 공표한대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보안법·과거사법·사립학교법을 모두 다루고 신행정수도 후속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또 김현미 대변인의 회의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무정쟁’을 내세워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모두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지연 전술’을 펴고 있다고 보고, 쐐기를 박아두려는 의도다.
임시국회전 이례적 회동
쟁점법안 여전히 날세워
이런 분위기 탓에 국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한나라당이 언제쯤 ‘강경 선회’ 태도를 공식화할 것인지,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어느 선까지 물러설 것인지 등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강경 기류에 대해선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술 차원”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일 협정 문서공개 등 최근 일련의 과거사 관련 논란에 따른 근본적 태도 변화”라는 설명이 엇갈리고 있어 혼선을 더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정세균 원내대표 등 새 원내지도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한나라당과 적당히 타협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정광섭 황준범 기자 iguass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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