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18 21:18
수정 : 2017.07.18 21:56
변화 선도커녕 당 수렁에 빠뜨려
김문수, 상향식 공천 친박계 저항으로 후퇴
김희옥, 계파갈등 격랑에서 중심 못 잡아
인명진, 인적청산 ‘큰소리’에 그쳐
혁신위원회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비상상황에서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 기구들은 변화를 선도하기는 커녕 당을 수렁에 빠뜨린 채 쓸쓸하게 퇴장하길 반복하며 대부분 ‘흑역사’로 남았다.
지난 5년간 보수정당에서 성공한 비대위는 새누리당을 탄생시킨 ‘박근혜 비대위’가 첫손에 꼽힌다. 디도스 선거부정 사건으로 홍준표 대표체제가 5개월 만에 무너지자, 박근혜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맡아 한나라당을 ‘빨간색 로고’의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김종인·이상돈 등 중도개혁 성향이 강한 인사를 영입했다. 이런 혁신 노력은 2012년 4월 총선, 12월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등장한 비대위와 혁신위는 역할이 불분명하거나, 정치와 당을 잘 모르는 외부인이 위원장을 맡아 당내 계파에 휘둘리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때인 2014년 8월 출범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위원장으로 한 보수혁신위원회는 ‘낮술 금지’ 등 핵심을 비켜난 제안으로 동력을 조기에 상실했다. 김 전 지사가 주도한 상향식 공천제도 친박계의 저항으로 후퇴했고, 2016년 총선은 친박과 비박사이 공천갈등으로 얼룩졌다.
2016년 4월 새누리당 총선 패배 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정진석 원내대표는 개혁성이 강한 비박계의 김용태 의원(바른정당)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우려 했으나, 친박의 조직적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혁신형 비대위원장’을 맡은 김희옥 전 공직자윤리위원장은 계파갈등의 격랑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정치 문외한’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이 낙점한 비대위원장은 과거 한나라당에서 과감한 개혁을 선보였던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었다. 그는 취임 직후 “대통령이 탄핵됐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강도 높은 인적청산을 예고했으나, 실제 성과는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 당원권 정지 등에 그쳤다. 인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3월말 임기를 마치며 “내가 마지막 비대위원장이었으면 한다”고 말했으나 보수의 대대적인 각성 없이는 그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을 듯하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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