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서 할복” 제 발등 찍기
‘좌장’ 최경환은 결백 주장하지만
권력에 있을 때와는 상황 달라져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간문제
‘맏형’ 서청원도 정치인생의 겨울
누님서 형님으로 갈아타고 ‘자기정치’
‘한때 실세’ 윤상현은 ‘친홍’으로
윤 “‘누나’ 부른 적 없어…홍과는 원래 친해”
김태흠·이장우 지역서 ‘각자도생’
“시점되면 ‘판단’해야할 때 올 것”
홍문종, 원대 경선서 달랑 35표
친박 수장 출당됐는데 ‘영생의 꿈’
대통령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극소수는 여전히 음모론 제기
김진태·박대출·조원진 ‘좀비화’
디오에이(DOA). ‘도착 시 사망’(Dead On Arrival)의 약자다. 친박이 응급실로 실려가고 있다. 중증외상이다. 여의도엔 ‘이국종’이 없다. ‘살려야 한다’는 이타적 제스처도 없다. ‘살아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본능만 번뜩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는 성공했지만 친박의 상징적 존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 제명 앞에 주춤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이 주최한 관훈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자연소멸 절차를 가고 있다”고 했다. 친박을 겨냥해 “암덩어리가 맞다”고 했다. 지난달에도 “자동사망 절차로 가고 있다”고 했다. 홍 대표가 꼽는 인생의 책은 <삼국지>다. 홍 대표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앞에 두고 “차도살인(借刀殺人)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삼국지>엔 삼십육계 중 하나인 차도살인계가 즐비하다. 당내 친박을 일소할 힘이 달리는 홍 대표가 검찰의 적폐청산 칼날을 내심 즐기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선 친박 중진 홍문종 의원이 35표를 얻는 데 그쳤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사 최악의 정치세력으로 기록될 친박의 근황이 어지럽다. 일부는 회생이 어려워 보이고, 일부는 죽은 줄 모르는 좀비가 되어 여의도를 서성인다. 친박 부활을 예언하는 거짓 선지자가 되거나 화를 피해 지역으로 돌아가 후일을 도모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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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의 탄생에서 쇠락까지
2012년 12월~2016년 4월
박근혜 당선 뒤 ‘최전성기’ 친박(親朴, Pro-Park, 2004~2017) 따지고 보면 친박은 공룡이다. 작은 머리는 문재인 정부에, 커다란 몸통은 영남 지역주의에, 긴 꼬리는 망한 박근혜 정부에 걸친 채 죽어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4년 3월부터 2006년 6월까지 한나라당 대표로 있는 동안 주요 당직에 기용했던 인사들이 그 기원이다. 이 기간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유승민·이성헌, 당 사무총장 김무성, 대변인 전여옥, 정조위원장 이혜훈·유정복, 여의도연구소장 김기춘, 영남권의 유기준·주성영·곽성문, 부대변인 이정현·구상찬 등이다. 애초 10여명 정도로 출발했지만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며 서청원, 홍사덕, 허태열, 최경환, 홍문종, 김재원, 한선교 등이 합류하며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단단해졌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친이(親李, Pro-Lee, 2007~2012)라는 최상위 포식자 밑에서 김무성·김재원·유기준 등이 대거 공천 탈락했지만, 친박연대라는 돌연변이를 통해 높은 순도를 자랑하는 친박계 의원 60여명을 성공적으로 복제하며 이후 보수정당 내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다. 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2012년 12월19일을 기점으로 3년4개월 정도가 최전성기다. 친박 패권 공천의 후폭풍으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2016년 4·13 총선에서 패하고,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박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과 새누리당 분당,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를 거치며 급속히 개체수가 줄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 친박을 바퀴벌레, 기생충 등 하등생물로 재분류하고 암덩어리, 고름 등 꼭 제거해야 할 고질병증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호 당원 박근혜 출당을 결정한다. 새로운 최상위 포식자인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친박 비리를 정면에서 다루기 시작하자 동교동계·상도동계처럼 계(系, Kingdom)의 지위에 오르기를 바랐던 친박은 사실상 멸종 단계로 접어들었다. 유승민 등 극소수는 독자적인 정치적 사고체계를 갖추며 ‘탈박 진화’에 성공했지만 하위 포식자인 친홍(親洪, 도쿠타이, 2017~?)과 경쟁하며 보수의 빙하기를 견뎌내야 한다. 친박은 21세기 한국정치사에서 보수정당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성공적으로 번성했으나 정치적 진화를 포기한 채 박근혜와 티케이(TK, 대구·경북)라는 오래된 숙주에만 기생하는 단세포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운석 충돌에 버금가는 대통령 탄핵 충격으로 갑작스러운 대절멸을 맞이하며 14년 만에 여의도에서 자취를 감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박근혜 당선 뒤 ‘최전성기’ 친박(親朴, Pro-Park, 2004~2017) 따지고 보면 친박은 공룡이다. 작은 머리는 문재인 정부에, 커다란 몸통은 영남 지역주의에, 긴 꼬리는 망한 박근혜 정부에 걸친 채 죽어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4년 3월부터 2006년 6월까지 한나라당 대표로 있는 동안 주요 당직에 기용했던 인사들이 그 기원이다. 이 기간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유승민·이성헌, 당 사무총장 김무성, 대변인 전여옥, 정조위원장 이혜훈·유정복, 여의도연구소장 김기춘, 영남권의 유기준·주성영·곽성문, 부대변인 이정현·구상찬 등이다. 애초 10여명 정도로 출발했지만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며 서청원, 홍사덕, 허태열, 최경환, 홍문종, 김재원, 한선교 등이 합류하며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단단해졌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친이(親李, Pro-Lee, 2007~2012)라는 최상위 포식자 밑에서 김무성·김재원·유기준 등이 대거 공천 탈락했지만, 친박연대라는 돌연변이를 통해 높은 순도를 자랑하는 친박계 의원 60여명을 성공적으로 복제하며 이후 보수정당 내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다. 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2012년 12월19일을 기점으로 3년4개월 정도가 최전성기다. 친박 패권 공천의 후폭풍으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2016년 4·13 총선에서 패하고,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박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과 새누리당 분당,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를 거치며 급속히 개체수가 줄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 친박을 바퀴벌레, 기생충 등 하등생물로 재분류하고 암덩어리, 고름 등 꼭 제거해야 할 고질병증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호 당원 박근혜 출당을 결정한다. 새로운 최상위 포식자인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친박 비리를 정면에서 다루기 시작하자 동교동계·상도동계처럼 계(系, Kingdom)의 지위에 오르기를 바랐던 친박은 사실상 멸종 단계로 접어들었다. 유승민 등 극소수는 독자적인 정치적 사고체계를 갖추며 ‘탈박 진화’에 성공했지만 하위 포식자인 친홍(親洪, 도쿠타이, 2017~?)과 경쟁하며 보수의 빙하기를 견뎌내야 한다. 친박은 21세기 한국정치사에서 보수정당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성공적으로 번성했으나 정치적 진화를 포기한 채 박근혜와 티케이(TK, 대구·경북)라는 오래된 숙주에만 기생하는 단세포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운석 충돌에 버금가는 대통령 탄핵 충격으로 갑작스러운 대절멸을 맞이하며 14년 만에 여의도에서 자취를 감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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