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30 14:03
수정 : 2018.07.30 15:07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
홍준표, 노회찬 추모 두고 “자살 미화 풍토 고쳐야” 발언
“공감 결여”, “‘미화’가 아닌 그의 삶을 안타까워한 것” 정치권서 잇단 비판
김병준 자한당 비대위원장도 “정치인은 말 아름답게 해야”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 뒤 이어진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자살 미화”라고 표현한 데 대해 정파를 막론한 정치권 전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 아니다”라며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은 더욱 잘못된 선택”, “자살을 미화하는 잘못된 풍토도 이젠 고쳐져야 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누구도 죽음을 미화하지 않았다”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 아파했을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많은 막말 어록을 남긴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촌철살인 어록의 정치인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막말을 하나 더 얹었다”고 답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노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고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볼 때 상식”이라며 홍 전 대표를 “예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훈계조로 죽음 미화를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위한 가치관조차 갖지 못한 사람의 콤플렉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홍 전 대표에게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영화 속 대사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도 미화한 국민 없다”며 “수만명 추모객은 그의 삶에 애도를 했을 뿐”이라고 홍 전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홍 전 대표의 글에 논평의 가치를 느끼지 못 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 대변인은 정치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국민과의 공감 능력”이라며 “만사를 좌우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에 놀랍다”, “미국 가서는 페이스북을 끊겠다는 약속이나 지키길 바란다”고도 썼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들은 자살을 미화한 것이 아니라 안타까워한 것”이라고 홍 전 대표를 비판했다. 같은 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이었던 이준석은 “대중은 이 정치판에서 꼭 필요했던 사람이 사라진 것에 대해 추모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홍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고통에 공감하지 못 하는 마음 때문에 우리 정치가 참 많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30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며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수십년 동안 적대적인 언어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인간의 마음조차 무너뜨리는 일들이 많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우리 정치가 참 많이 나빠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으며, 그와 같은 일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이같은 반응들을 접한 29일 페이스북에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이라고 미화하고 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라고 다시 글을 올린 바 있다.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
한편, 김병준 자유한국장 비대위원장도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3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김 위원장은 “제가 이야기 드릴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어찌 됐든 정치인은 말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앞서 자유한국당 비대위의 한 관계자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홍 전 대표는 지금 평당원이며 (‘자살 미화’ 발언은) 개인의 입장일 뿐”이라는 당내 반응을 전한 바 있다.
박수진 기자
sujean.park@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