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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3 14:42 수정 : 2005.02.03 14:42



[이슈] 조선일보가 ‘박근혜 필패-보수 탈피론’을 바라보는 시각

한나라당의 ‘살 길’을 놓고 치열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기존의 보수노선을 중심으로 ‘건전한 개혁적 보수’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아니면 부패와 수구의 대명사가 된 보수의 이미지를 벗고 과감하게 중도지대로 이동할 것인가?

3일 열리는 한나라당 연찬회를 앞두고, ‘이대론 250표차 패배… 집권 불가능’이라는 자체평가(여의도연구소)를 내린 진단을 두고 백가쟁명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이념적 지향과 나아가야 할 바를 앞서 지도해온 보수 일간지가 여의도연구소의 ‘집권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여의도연구소, ‘07년 대선승리’ 위해 한나라당에 ‘중도 실용주의’ 제안


“중도 실용주의”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한나라당의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당 혁신방안’으로 제시한 3대 기본방향이자, 4대 혁신전략 가운데 하나다.

연구소가 △이념의 외피 탈피, 실질적 대안을 중시하는 실사구시 노선 △국가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본질에 대한 부분을 뺀 과감한 탈이념 등을 통해 “중도 실용주의”를 이루려는 까닭은 분명하다. 연구소에 따르면, “중도와 진보의 합이 2/3를 넘어 보수만으로 과반 지지확보 불가능. 특히 유권자의 과반을 차지하는 20~30세대는 중도 진보성향”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당과 보수가 우리 사회 소수다!”라는 게 결론이다.

보고서의 분석대로라면 한나라당이 “보수”를 버리고 “중도 실용주의”로 가는 것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되기 위한 필수선택이다. 이 분석에 대해 한 네티즌은 “그나마 제대로 진단했네!”(엠파스 pakgane)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사설, “한나라당의 '중도'와 ‘보수’는 무슨 말인가”…보수 탈피에 경고

하지만, <조선일보>는 3일치 사설에서 보고서에 ‘F’학점을 매겼다.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한나라당의 '중도'와 ‘보수’는 무슨 말인가”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나라당의 가난은 철학과 비전과 행동력의 빈곤 때문이지, 한나라당의 정책이 특정 이념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한나라당은 뭐가 뭔지 모를 잡탕식 중도적 처세 때문에 그 당의 특징마저 찾기 힘들 정도다”며 ‘보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중도 실용주의”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으로 가기 위한 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해당 사설은 “한나라당은 중간에 표가 많으니까 그쪽으로 가겠다고 한다. “중도적 입장에서 보수층을 설득하겠다”고도 했다. 중간에 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표가 한나라당이 중간으로 접근한다고 한나라당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믿는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다”며 “현대 정당은 모든 계층, 모든 이해관계, 모든 이념을 포괄할 수 없다. 어느 한쪽에 중심 깃발을 꽂아 당의 이념적 중심을 분명히 하고 유연성을 발휘해 가며 중간을 끌어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 “보수 때문에 진 게 아니라 한나라당 행태에 보수가 훼손” 충고

대신 <조선일보> 사설은 한나라당이 버리려는 “보수”의 가치를 강조했다. 사설은 “한나라당은 보수의 이념 때문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행태 때문에 보수의 이념이 훼손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보수운동은 이처럼 한나라당 때문에 먹칠당한 보수의 얼굴을 새롭게 해 보수 이념에 걸맞은 명예를 되찾아주자는 시도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한나라당은 집권세력이 내놓은 정책을 시비하다 중간쯤 따라가곤 했다. 만일 그게 한나라당의 ‘중도’라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고 끝맺었다.

조선일보의 한나라당 훈수에 대한 독자 반응 엇갈려

<조선닷컴> 홈페이지에서 이 사설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정말 중도와 보수를 왔다갔다하면 또 집니다. 지금이 위기이고 기회임을 명심해라! 철저히 보수를 대변하고 지금 어디로 국가와 민족을 끌고 가려는지 불명확한 열우당을 응징하고 한총련, 민노총, 그리고 전교조를 사회의 적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투쟁하세요. 그 길만이 국가와 한나라당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장기붕)

“한나라당이 언제 보수층의 이미지를 대변한 적이 있나. 그동안 한나라당의 기회주의적 처신 때문에 이 나라가 이꼴이 된 것이 아닌가. 보수층은 솔직히 찍을 정당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밖에 없었다.”(최영만)

“마케팅 측면에서 한나라당은 보수의 위치에 있는 게 그나마 오래가는 길이다. 어설프게 이동했다가는 따라지 되기가 십상이다. 사설의 지적대로 현 위치에서 변화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게 맞다”(강병만)

사설에 적극 동의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본말을 전도하는 사설이다. 과거에 안주한 수구 보수이기 때문에 변화와 비전을 제시 못한 것이고 그 결과 집권에 실패한 것이지, 보수인 것은 괜찮은데 비전제시와 변화를 못했다는 것은 쌩뚱맞은 주장이다. 한나라당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많은 국민과 그들의 의견을 포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시대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강영우)

한나라당은 3일 충북 제천에서 의원연찬회에 들어갔다. 이번 연찬회에서는 ‘박근혜 필패론’과 함께 당의 노선방향을 두고 본격적 논란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조선일보 3일자 사설] 한나라당의 '중도'와 ‘보수’는 무슨 말인가

한나라당이 차기 대선에서 이기려면 ‘중도(中道)’로 가야 한다는 한나라당 내부 보고서가 나왔다. 여의도연구소는 3일 당 연찬회에 내놓을 2007년 집권전략 보고서에서 “우리 사회의 중도와 진보의 합이 3분의 2를 넘어 보수만으로 과반 지지 확보가 불가능하다”면서 “중도 실용주의 개혁 노선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그간 보수층 지지를 의식해 변화하지 못하고 무겁게 걸어왔는데 이젠 보수란 표현을 아예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두 차례나 패배한 한나라당이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고서 고백대로 지역적으로 영남에 고립돼 있는 ‘영남정당’, 20~30대와 사이버 세계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구(舊)세대당’의 얼굴로는 장래를 개척할 수 없는 것이다. 반(反)부패 정당, 전국 정당, 정책·디지털 정당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그런 변화들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지 시대를 만드는 길은 못 된다. 지금 한나라당에 더욱 절실한 것은 집권세력과는 무엇이 어떻게 다르며, 그것이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바른 방향이란 증거를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대안세력이 되려면 집권세력에 고개 돌린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의 가난은 철학과 비전과 행동력의 빈곤 때문이지, 한나라당의 정책이 특정 이념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한나라당은 뭐가 뭔지 모를 잡탕(雜湯)식 중도적 처세 때문에 그 당의 특징마저 찾기 힘들 정도다.

한나라당은 중간에 표가 많으니까 그쪽으로 가겠다고 한다. “중도적 입장에서 보수층을 설득하겠다”고도 했다. 중간에 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표가 한나라당이 중간으로 접근한다고 한나라당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믿는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다. 현대 정당은 모든 계층, 모든 이해관계, 모든 이념을 포괄할 수 없다. 어느 한쪽에 중심 깃발을 꽂아 당의 이념적 중심을 분명히 하고 유연성을 발휘해 가며 중간을 끌어당겨야 한다.

한나라당은 보수의 이념 때문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행태 때문에 보수의 이념이 훼손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보수운동은 이처럼 한나라당 때문에 먹칠당한 보수의 얼굴을 새롭게 해 보수 이념에 걸맞은 명예를 되찾아주자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집권세력이 내놓은 정책을 시비하다 중간쯤 따라가곤 했다. 만일 그게 한나라당의 ‘중도’라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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