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 미대통령 새해 국정연설 북핵 "주변국과 협력' 간단히 언급
이란·시리아 따로 떼 '테러지원국' 조지 부시 대통령의 2일(현지시각) 새해 국정연설은 대외적으론 중동민주화, 대내적으론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딱 한번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북한 문제에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6자회담 재개에 긍정 신호로 보냈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전세계 자유의 확산’이란 취임사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 표현이 취임사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을 줬다. 북한과 이란의 대비=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시키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이란과 시리아에 대해선 각각 “(이란은) 세계의 주요한 테러 지원국가로 남아 있다” “시리아는 여전히 그 영토를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002년 국정연설 때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 국가로 한데 묶였던 북한과 이란이 이번 연설에선 각기 별개의 다른 표현으로 언급된 것이다. 핵개발 중이라는 의혹을 받는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대응방식이 서로 다를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중동민주화 강조 =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총선 승리의 의미를 강조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공존, 이란·시리아 등의 자유 확산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이란 국민에 대해선 “여러분이 자유를 위해 일어설 때 미국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는 또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파키스탄 등 중동 우방국가들의 민주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동 전반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우리는 그 지역 우방들과 협력할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자유를 고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부시의 자유 확산이 ‘이중 잣대’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이런 언급으로 보면, 집권 2기의 대외정책 최우선순위는 중동 민주화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사회보장제도 개혁 = 부시는 남은 임기 중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의회의 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현 상태로는 사회보장제는 2042년에 파산한다”며, 젊은 노동자들이 사회보장세 일부를 개인 구좌로 돌려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민영화 도입을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가 이 부분을 연설하는 동안 공화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현지 언론들은 “올 한해 최대 정치 이슈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이 될 것”이라며 이것이 부시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북한 자극안해 6자회담 파란불”
외교부·미 한반도 전문가 반응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 대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3일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을 자제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에 파란 불이 켜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교통상부도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고, 이만하면 북한이 불만을 표시할 건덕지는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부시가 북한을 비난하지 않고 동맹국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은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연설 메시지가 워싱턴에 분명히 전달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시 연설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에 더이상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태도가 유연해지리란 어떤 신호도 없기 때문에, 회담이 열리더라도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데릭 미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부시 대통령은 호전적인 수사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아닌가 싶다”며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해리슨과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대북강경론의 보수적인 시각을 보여온 발비나 황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설은 미국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또 선제적인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며 “미국의 정부 형태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지 않겠다는 (부시의) 언급은 북한 체제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언급이 한줄에 그쳤지만, 부시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차원에서 북한 문제에 계속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그러나 동맹국과 함께 해나가겠다는 점을 밝힌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내에서도 이란이나 시리아와 달리 북한을 명시적으로 비난하지 않은 만큼 북한으로선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기다린 대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평화적, 외교적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며 “전체적으로 6자 회담을 통한 해법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있기 전 미국 의원들의 방북이라는 ‘좋은 징조’와 북한의 우라늄 수출 증거라는 ‘나쁜 요소’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이런 것들을 모두 6자 회담이라는 틀 속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유강문 기자 pcs@hani.co.kr
북핵해법 카드, 레드? 그린?
마이클 그린 미 국가안보회의 국장 외교부 방문 마이클 그린 미국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은 3일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송민순 차관보와 조태용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만나 북핵 6자 회담 재개 방안 등을 협의했다. 그는 이어 반기문 장관을 예방함으로써 이틀 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린 국장의 이번 방한은 일본, 중국에 이은 동북아 순방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2기 출범 이후 첫 정책 협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마침 북한이 우라늄을 리비아에 수출한 과학적 증거를 포착했다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라 나와 그의 보따리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그가 들고온 카드의 색깔이 ‘레드’(강경)냐 ‘그린’(대화)이냐는 것이다. 그린 국장은 이번 방한에서 북한 핵개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동시에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우라늄 수출 문제는 문제의 우라늄을 리비아가 미국에 넘겨준 이후 한미 당국 간에 긴밀히 논의돼 온 것이어서 새로운 사안은 아니지만, 북한의 핵능력을 재평가하는 차원에서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 문제는 굳이 말하자면 과거진행형”이라며 “한미 간의 논의는 이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포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다소 상반된 메시지는 일본 방문에서 두드러졌다. <산케이신문>은 그린 국장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북한의 핵개발이 예상보다 더 진전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3일 보도했다. 이는 그린 국장의 아시아 방문이 북한의 우라늄 수출 증거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전날 보도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린 국장은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와 만나서는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 발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 국장의 중국 방문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 핵문제와 대만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돌 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린 국장이 중국에서 고위 인사들을 두루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위해선 중국의 중재가 긴요한 만큼 이에 대한 협의가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한반도소식]“한반도 리비아 우라늄 출처, 파키스탄일 수도” 북한이 리비아에 6불화우라늄을 수출했다는 <뉴욕타임스>보도와는 달리 분석방법에 따라서는 6불화우라늄의 수출국을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파키스탄으로 지목할 수도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리비아로부터 제공받은 재료에 대한 실험 결과 미국의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실험과 같은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며 증거가 결정력이 없다고 말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계획 증거에 대해 제기된 한국과 중국의 의문은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2일 미국 과학자들이 리비아로부터 입수한 장비 등으로부터 동위원소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6불화우라늄의 출처가 90% 이상 북한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미국과 원자력기구 조사관 중 일부는 북한이 설사 6불화우라늄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을 리비아에 팔았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이 이 물질 또는 우라늄원광을 파키스탄에 팔고 파키스탄이 이를 6불화우라늄으로 가공해서 다시 리비아에 팔았을 수는 있다고 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문제의 6불화우라늄이 파키스탄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놀라운 것은 이 문제가 왜 하필 지금 다시 불거졌는가 하는 것이다. 동맹국들에 압력을 가해 북한에 강경책을 취하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정보가 이용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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