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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5일 미국의 상업 위성인 디지털글로브가 찍은 북한 영변지역 핵시설의 모습.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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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원했지만…” 미 변화 촉구
미 ‘맞불’땐 벼랑…회담재개 안갯속 10일 오후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하겠다는 북한 외무성 성명으로, 무르익던 4차 6자 회담의 앞날이 다시 안개 속에 휩싸였다. 설 연휴 직전까지, 정부는 미국 외교안보 진영 인선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 그리고 중국과 미국 등의 움직임에 비춰볼 때 북한이 6자 회담에 참여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외무성 성명에 대해 “뜻밖이고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 북한은 이 시점에서 ‘6자 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과 ‘핵무기 제조 선언’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들고 나왔을까? 북한 외무성 성명은 언뜻 보기에 매우 강경해 보인다. 하지만 성명의 문맥을 뜯어보면, 북한이 줄곧 주장했듯이 이번 조처 역시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 정책 때문에 빚어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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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이에 따라 아예 협상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핵폐기와 대북 적대정책 해소라는 동시행동의 원칙을 거부하고 ‘선 핵폐기’를 고수해 왔다. 그런 점에서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최근 들어 회담이 열리면 모든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협상의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성명에서 요구한 ‘(6자)회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에 미국이 쉽게 응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북한의 강수가 미국의 강경 대응을 불러와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움직임이 가파른 대치국면으로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북한도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한 것은 이를 예상한 일종의 배수진일 것이다. 북한의 성명은 북핵 문제가 이제 ‘양자택일’의 기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런 만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강태호 권혁철 기자 kankan1@hani.co.kr
정부 “깊은 우려…북핵 용인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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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0일 오후 북한 외무성 성명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회의를 연 뒤, 이규형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거론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북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을 다시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북한의 6자 회담 무기한 불참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북한은 6자 회담 참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제는 북한이 조건 없이 회담에 참여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회의
“북 조건없이 6자회담 참여해야” - 6자 회담 참여가 점쳐지던 분위기였는데 북한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의 배경은? = 우리는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해왔고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4차 6자 회담의 날짜는 확정된 바 없다. 북한도 그동안 6자 회담의 필요성은 이야기해 왔지만, 언제 나가겠다는 입장 표명이 없었다. 이 때문에 북한 외무성 성명을 입장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 북한의 핵 능력은 어떻게 추정하나? = 우리 정부는 1~2개의 핵무기를 개발할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그 같은 입장에 변함이 없다. - 14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논의되나? = 미국행 비행기 안에 있던 반 장관은 (성명 내용을) 즉각 보고 받았다.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라이스 국무 “북 고립 심화시킬 뿐”
일 “진짜 의도 파악 필요”
고이즈미 “회담재계 노력” [7판]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0일 북한이 6자 회담 무기한 참가 중단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이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6자 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룩셈부르크를 방문 중인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세계는 북한에게 길을 내주었고 북한은 그 길을 따라야 한다”며 “우리는 곧 6자 회담이 열리길 바란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알티엘 텔레비전>과의 회견에서는 “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모두가 한반도에는 핵무기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의 대북 공격 의도와 관련해 “그렇게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거듭 부인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북한은 이 문제를 재고하고 자신들의 고립을 끝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음에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이날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까지처럼 각국과 연대해 복귀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의 핵무기 제조·보유 선언에 대해 “의도야 어떻든 조속히 협상의 장에 나오는 것이 좋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북한은) 6자회담에서 그런 이야기도 해야 한다”며 “북한도 회담을 활용해 핵을 포기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선 의도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식의 의도표명 후 저쪽(북한)이 진짜 의도를 내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호소다 장관은 핵무기 보유선언에 대해서는 “특별히 새로운 것을 말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북한이) 핵개발을 착착 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태가 어떤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쿵취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거부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럽의 각국들도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을 줄줄이 냈다. 빌 라멜 영국 외무부 차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이 주민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협상을 거부한 사실을 우리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북한 정부에 대해 결정을 재고해 국제사회와의 협의에 다시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와 독일 정부도 이날 북한에게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 올 것을 촉구했다. 한편, <시엔엔> <비비시> 등 주요 언론들은 이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하면서 북한 발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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