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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기지 18살 생일 ‘펭귄의 축하’ 17일로 설립 18돌을 맞은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웃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기지 대표에 이어 임금펭귄이 의젓한 걸음으로 기지를 찾은 것이다. 훨씬 더 추운 곳에 사는 황제펭귄에 이어 두번째로 큰 펭귄인 임금펭귄은 다 자라면 키가 90㎝, 몸무게가 16㎏에 이른다. 대원들은 “자연이 생일축하 사절을 보냈다”며 반갑게 펭귄을 맞이해 사진을 찍은 뒤 바다로 돌려보냈다. 세종기지/임완호 자연다큐멘터리 작가 wanh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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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는 이제 18번째 생일을 맞았다. 킹조지섬에 위치한 다른 나라 기지들과 비교할 때 막내둥이지만 가장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보름달이 세종기지의 밤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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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 과학기지의 하루는 스페인어로 시작된다. 새벽 3시, 아직 한 밤중이지만 백야이기 때문에 밖은 어슴푸레하다. 기상청에서 파견된 기상담당 대원인 박정민씨는 밤새 관측한 최신 기상자료를 인근 칠레 프레이 기지에 보낸다. 무선기에 대고 스페인어로 교신하는 목소리를 다른 대원들은 꿈결에 흘려보낸다. 그가 보낸 자료는 곧장 기상통신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된다. 새벽 3시 무신교신으로 하루를 시작 조리를 담당하는 황금석씨는 두번째로 부지런한 대원이다. 그는 새벽 5시면 어김없이 깨어난다. 기지에 머물고 있는 월동대원과 하계 연구대원 등 30여 명에게 든든한 아침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세종과학기지 준공 18돌 생일이다. 얼음마을 이웃인 러시아 벨링스하우젠 기지, 아르헨티나 쥬바니 기지 등에서 손님들이 찾아올 예정이라 새 김치를 꺼내는 그의 손길이 더욱 바쁘다. 오전 9시, 세종과학기지에서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석 대원(해양경찰청 파견)은 급하게 고무보트를 몰고 러시아와 중국기지로 건너갔다. 밤부터 눈과 함께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파도가 높아져 손님들이 맥스웰 만을 건너오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세종기지는 인근 기지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최고 성능의 20인승 고무보트를 보유하고 있다.
오후 1시, 중장비 담당하고 있는 주형수 대원이 풍력발전기 설치공사를 마무리하고 소형 캠코더를 꺼내들었다. 한국을 떠나온 지 석달, 점점 더 보고 싶은 아들에게 기지 주변을 캠코더로 촬영해 보낼 작정이다. “이 굴착기는 아빠가 사용하는 거야. 앞바다에는 커다란 유빙이 떠내려 왔고, 오늘은 임금펭귄이 찾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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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 생일을 맞은 제 19차 월동대 고경남 대원(왼쪽, 의료담당)과 이재석 대원(안전담당)이 동료대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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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지 손님들 초청해 생일잔치 오후 3시, 마지막으로 세종기지에 남아있는 하계 연구대원인 김지희 박사는 일본 이끼 미생물 전문가 우치다 박사와 함께 바톤 반도의 식물을 조사하고 돌아왔다. 김 박사는 이날 바톤 반도 서쪽 해안가에 급격히 늘고 있는 남극좀새풀 군락을 확인했고, 우치다 박사는 이끼에 기생하는 곰팡이를 죽이는 특이한 곰팡이를 찾아냈다. 남극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다. 전에 없던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가 얼마나 번져나가는지를 그는 2001년부터 주시해 왔다. 그는 남극개미자리가 계속 번져 나가는 것이 걱정스럽다. 저녁 8시, 밖은 아직 환하지만 일과가 끝난 대원들은 자유시간을 갖는다. 두 번째 세종기지 생활을 하고 있는 정상준 대원(시설유지반장)은 체력단련장으로 향했다. 발전동 2층에 있는 체력단련장에는 탁구대와 러닝머신 등이 있다. 정씨는 1시간 동안 윗몸 일으키기와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했다.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도 않고 고립된 속에서 단조로운 일을 해나가야 하는 대원들이 자신을 지켜나가는 비결은 꾸준한 운동이라고 그는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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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설을 맞은 대원들이 정성스럽게 설 차례상을 준비해 조상들에게 1년 동안의 무사안전을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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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종과학기지에 머물고 있는 제 19차 월동대장 최문영 박사(지질학, 극지연구소)에게 모든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은 많은 외국기지 손님들을 초청해 기념식을 열고, 나중에 손님들을 보트에 태워 무사히 기지로 돌려보내는 것까지 일일이 챙기느라 좀 피곤하다. 하지만 그것이 과학한국의 밑거름을 넣는 일임을 알기에 마음은 뿌듯하다. 밤 12시, 최 대장은 집무실을 나와 기지를 환하게 밝힌 보름달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남극까지 와서 왜 이리 바쁠까. 세종기지/사진·글 임완호 자연다큐멘터리 작가 wanh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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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동안 세종기지에서 발생한 쓰레기 등 폐기물들을 대원들이 수송선으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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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해 마리안소만 빙벽의 후퇴가 최근 5년 사이에 두드러지고 있다. 홍성민 박사(빙하학, 사진 왼쪽)가 마리안소만 빙벽에서 떨어져 나온 유빙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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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웰만에서 해조류 조사를 마친 나승구 대원(과학잠수대원)이 거친 파도를 헤치고 무사히 고무보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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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유선과 연결된 송유관 아래로 커다란 유빙이 접근하자 강천윤 지원팀장(사진왼쪽)이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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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기지 주변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로는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 단 2종이 있다. 이들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2001부터 조사하고 있는 김지희 극지연구소 박사는 “남극좀새풀은 확산추세가 유동적이지만 남극개미자리는 계속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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