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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온 것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쉽게 외과 수술 후 상처를 꿰맬 때 쓰는 실을 생각하면 된다. 이 실은 체액 속에 천천히 용해되는 때문에 환자는 실 뽑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여기에 쓰이는 물질이 바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녹말을 첨가해서 만들었다. 이 플라스틱을 땅 속에 묻으면 녹말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가 서서히 플라스틱을 작은 조각으로 분해시켜 무해한 상태로 땅속에서 사라지도록 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카길 다우 폴리머즈(CDP)사는 2001년 말부터 옥수수 전분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들고 이것을 발효법으로 젖산균으로 변환시켜 화학중합법으로 생분해성플라스틱을 제조하고 있는데 2010년까지 그 생산규모를 45만 톤으로 늘릴 계획이고 보면 지금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일본에서도 다이닛폰 잉크화학공업, 쇼와 고분자 등에서 양산화 체제의 정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원료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제조원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또 한가지 방법은 미생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선생물학연구실 김인규 박사팀이 개발한 것도 바로 이러한 방식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생분해성 플라스틱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대량으로 복제해서 대장균 속에 집어넣자는 것이다. 그러면 대장균은 체내에 생분해성 물질인 PHB라는 물질을 대량으로 만들게 되는데, 이것을 분리해내 플라스틱 원료로 쓰자는 것이다. 원자력 연구소에서 이 연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양성자 이온빔(35Mev)을 쬐어 체내에 PHB를 잘 만들어내는 돌연변이 된 대장균주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술개발은 김박사가 처음으로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의미가 있다. 종전기술은 균주 내 PHB축적도가 70∼80%에 그쳤고 축적된 PHB를 균주와 분리시키는 데 다량의 독성 유기용매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2차 환경오염의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이번에 김 박사팀이 균주 내 PHB의 축적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필요한 중간 분리공정을 크게 줄여서 생산단가를 절반 정도 낮췄기 때문이다. 김박사는 이번 기술을 적용할 경우 생산 원가를 Kg당 2.5∼3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Kg당 1∼2달러인 석유합성 플라스틱 제조 원가에 한층 더 다가 선 수치다. 물론 아직까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화되기까지 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 하지만 원유값이 오르고 환경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생각보다 빨리 '썩는 플라스틱'이 일반화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유상연 - 과학칼럼리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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