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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30 16:41 수정 : 2006.06.30 17:05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로버트 로플린 총장

'한국인, 다음 영웅을 기다려라' 책 펴내

임기 4년의 절반만 채운 채 중도하차하는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그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느꼈던 소회를 책으로 펴냈다.

'한국인, 다음 영웅을 기다려라'(한스미디어 펴냄)는 2004년 노벨상 수상자 출신의 외국인으로 국내 대학 총장에 취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재임하면서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칼럼과, 새롭게 쓴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7월 중순 총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인 그는 KAIST의 '사립화'와 '종합대학화' 등 급진적 개혁안으로 교수들과 갈등을 겪었고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완곡하게 명예로운 퇴임을 요구받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수록된 글 가운데 '정신 나간 사또'라는 글에 일단 눈길이 모아진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포악한 사또를 내쫓아 버린다는 내용의 한국 민담을 가장 좋아한다고 소개한뒤 "고을 사람들이 지어낸 꾀는 훌륭하게 맞아 떨어졌으므로 그들은 정부 관리, 상인, 장군들도 맘에 들지 않으면 같은 방법을 이용해 계속 몰아낸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고을은 뚜렷한 이유 없이 역량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는 '고약한 장소'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며 "상인들은 겁을 집어먹고 상점을 고을 밖으로 옮기고 젊은이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법규가 제대로 지켜지는 곳으로 떠나버린다"고 썼다.

고을 사람들은 자기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옳은 일을 했으므로 책임질 게 없다고 우기지만 마을은 점점 쇠락해져 간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이 글은 임기 2년만 채운 러플린 총장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대목으로 비춰진다.


그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학기술계는 노조가 끼어들고 한(恨) 정서와 얽히면서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존재가 됐는데, 만약 이런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장래에 심대한 비극을 겪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자를 거론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나를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과학기술을 실제적이기보다는 신화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설명하는데, 이는 자신들이 하는 일을 일반 노동자들의 일보다 더욱 고결한 것처럼 보이게 해서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러플린 총장은 한국을 비판만 하지는 않았다. 한국음식의 참맛을 음미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고 밝히기도 했고 짧은 절정 뒤 갑작스런 적막으로 끝을 맺는 사물놀이에 대해서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지적 생활은 책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믿으며 상식과 본능에 따라 행동할 때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이현경 옮김. 224쪽. 1만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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