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업그레이드로 오작동 예방"
영세 업체 소비자 보호가 관건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수신 대란이라는데 지금 갖고 있는 DMB폰은 못쓰게 되는 건가요"
다음달 지상파 DMB에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하는 '양방향 데이터 방송 표준 규격(BIFSㆍ이하 빕스)' 기술이 도입되면서 이 표준을 지원하지 않는 시중 DMB 단말기 대다수가 오작동을 일으켜 방송이 끊길 것이란 우려가 높다.
그러나 이 사태는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빕스로 인한 오작동은 소프트웨어(SW)상의 문제라 단말기 내부의 SW를 빕스 표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면 예방할 수 있기 때문. 굳이 빕스를 지원하는 제품을 새로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단말기 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거나 이미 망했다면 SW 업데이트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당 고객들이 낭패를 보게 된다. 이런 '취약 계층' 사용자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이다.
이번 'DMB 대란'의 실상과 과제를 정리해봤다.
◇ 오작동 왜 일어나나 = 빕스는 기존 방송에 각종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더하는 기술이다. 시용자가 DMB 휴대전화로 드라마를 보다 주제가를 MP3 파일로 다운로드 받고, 방송 도중에 온라인 광고 이벤트를 클릭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지상파 DMB 사업자들은 다음달 20일부터 기존 DMB 전파에 빕스 신호를 함께 얹어 송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중에 나온 단말기 대다수가 이 빕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이런 제품은 내부 SW가 빕스 신호가 얹혀진 DMB 전파는 제대로 인식을 할 수 없어 오작동을 일으키게 된다.
한 전자 업계 관계자는 "오작동은 갑자기 채널 검색이 안되거나 오디오ㆍ비디오 신호 자체가 끊겨 먹통이 되는 현상 등 기기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며 "빕스가 도입되면 현재 유통되는 약 130만여 대의 DMB 단말기 중 최소 70∼80%가 이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문제의 시작은 = 빕스 비(非)지원 단말기가 넘쳐나게 된 사연은 복잡하다. 빕스는 원래 지상파 DMB의 기술 규격에 포함된 내용이다. 일단 단말기 업체들이 DMB 제품을 출시할 때 원칙적으로는 이 기술도 감안해 기기를 내놔야 하는데 이 작업을 소홀히 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송사 책임론'의 목소리도 높다. 각 DMB 사업자들이 빕스의 세부 기술안을 일찍 통일 못해 단말기 업체들에 제대로 된 지침을 못 줬다는 것이다. 실제 DMB 사업자들은 빕스 지원 단말기를 만들 때 기준이 되는 데이터 포맷인 '표준 스트리밍'을 지난달 말께야 제조사들에게 건네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면죄부를 받기 힘들다. 시장 초기에 방송사와 제조사 양쪽을 적절히 감독해 빕스 표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해결책은 있지만.." = 빕스 오작동은 제품 SW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로 이 SW를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면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단말기 제조사가 DMB 휴대전화를 주로 내놓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대기업에서부터 컴퓨터에 꽂아 쓰는 USB형 수신기를 파는 중소 기업까지 워낙 격차가 커 업그레이드 서비스에서도 '빈부 차'가 클 전망이다. 특히 형편이 어려운 영세 업체의 경우 신규 SW 개발 및 배포를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적지않아 이런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DMB 사업자들의 단체인 지상파 DMB 특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취약 제조사의 DMB 제품을 쓰는 소비자층을 볼 때 적절한 조치 없이 빕스를 도입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빨리 대책반을 만들어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을 방침이며 당초 예정됐던 빕스 송출 개시일(9월20일)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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