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9.05 17:50 수정 : 2006.09.05 17:50

요즘 언론을 통해 과학계의 부정행위에 대한 많은 사례가 소개 되고 있다. 이에 관한 외국 책의 번역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과학계의 부정행위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발견은 자신의 명예를 크게 높일 수 있고 이는 부정행위를 저지르도록 유혹 하기도 한다.

과학논문에서의 부정행위는 크게 논문 조작과 표절로 나눌 수 있다. 논문 조작에는 데이터 조작을 비롯해 데이터를 변조하거나 곡해 하는 것도 포함된다. 즉,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데이터를 취사선택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표절에는 다른 사람의 논문을 베끼는 것 외에 자신의 논문을 중복 출판하는 자기-표절도 포함된다. 중요한 논문이 아닌 경우 이런 것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과학사회"도 하나의 사회이다. 따라서 여러 사회가 갖는 문제점들이 여기에서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발견이나 업적의 공로가 가장 먼저 그 일을 발표한 사람보다는 가장 유명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일도 있다. 그런 예는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 동구권이나 러시아의 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부정행위와는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또한 부정행위의 정의와 허용 정도는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아마 밀리칸의 기름방울 실험이 아닌가 한다. 그의 사후에 실험노트를 검토한 결과 그가 얻은 데이터 중 그의 주장에 배치되는 일부의 데이터를 논문에 보고하지 않았음이 밝혀져 논란이 벌어졌다. 이 데이터들은 다른 데이터의 평균에서 많이 떨어져 있어 아마도 실험의 오류로 분류하여 출판시 제외 되지 않았을까 많이들 생각하고 있다. 이 행위는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의 곡해에 해당되는 부정행위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지만 그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별 문제가 아니었다는 게 또한 다수 의견인 듯하다. 어쨌든 후에 그의 주장이 올바른 것으로 인정되었기에 그는 아주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의 논문 조작 사례를 보면 데이터의 취사선택이 아니라 데이터 자체를 조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없는 사실을 마치 발견한 것처럼 꾸미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조작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이나 이론에 대한 아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언젠가는 누군가 (자신의 조작이 드러나기 전에) 그 일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고 자신의 조작이 탄로가 나도 조금만 더 지원해주고 시간을 준다면 자신이 그 일을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수치로 된 데이터 외에도 사진을 찍어 논문에 증빙 자료로 제출하는 예가 많아졌다. 논문 조작은 보통 다른 그룹에 의한 재연 실험에서 드러나지만 사진의 조작은 데이터 조작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 저널에 발표된 또는 제출된 논문 중 얼마나 많은 논문에서 사진 조작이 있었을까? 조금 지난 이야기이지만 이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뉴욕 타임스의 2006년 1월 24일판에 실렸다. (기사 바로가기 와 이에 대한 토론과 예 보기)

The Journal of Cell Biology라는 저널에서는 2002년부터 그 저널에 실리기로 게재 승인된 논문의 사진을 검토하여 왔다고 한다. 그 결과 아주 놀랍게도 많은 사진에서 조작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게재 승인된 논문들 중 약 25%의 논문에서 하나 이상의 사진이 저널의 지침을 위반하는 사진 편집의 흔적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대부분은 저자들이 제공한 원본 사진과 비교하여 그 의혹이 해소되었다고 한다. 즉 많은 경우에 그 조작은 논문의 내용이나 결론을 바꿀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저널 편집자들은 전체 게재 승인된 논문 중 약 1% (기사가 나올 때까지 모두 14편)의 논문에서 부정행위라고 판단할 만큼의 사진 조작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1년에 3-4편에 해당되는 많은 숫자이다. 물론 이 논문들은 게재 승인이 취소되었고 어떤 경우에는 저자의 소속 연구소에 통보가 되기도 하였다. 이후 이 저널의 편집자들은 사진 조작을 막기 위한 지침을 발표했는데 그에 따르면 사진 전체의 명암이나 채도 등을 바꾸는 것은 허용이 되지만 사진의 일부를 가리거나 움직이거나 또는 다른 사진을 집어넣어 합성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러면 이 편집자들은 어떻게 사진이 조작되었는지를 알았을까? 이 저널은 모든 사진을 디지털 형태로 받아왔다. 이를 포토샵에서 띄우고 명암등을 조절하여 숨겨진 사진 편집의 흔적을 찾았다. 이런 아주 단순한 작업을 통해 약 25%의 논문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사진 조작을 밝혀내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FBI의 지원을 받는 응용 수학자에 의해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법정에 제출된 사진이나 상업용 사진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눈으로는 찾기 힘든 사진 편집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사진의 진위 여부는 논문의 리뷰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벗어난다. 따라서 이 작업은 저널의 편집진을 비롯한 저널 발행사측에서 할 수 밖에 없다. The Journal of Cell Biology에 따르면 논문 한편의 사진들을 검토하는데 평균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저널에서는 사진의 진위를 가리는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 의견은 Cell지의 편집인이 말한 것처럼 과학 부정행위에 대한 윤리는 저널 발행측이 아닌 연구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논문의 진위에 대한 의심이 시작되면 서로간의 불신을 초래하고 공동 연구가 어렵게 된다. 저널 측에서 이를 가리는 것보다는 연구자들 스스로가 책임을 갖고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Science지의 편집인은 The Journal of Cell Biology의 지침에 동조하고 논문 사진의 이미지 테스트 작업을 시작하였다고 말했다. 이를 이용했으면 황우석 박사 논문의 진위여부를 일찍 알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논문의 정직성은 일차적으로 연구원에게 달려 있다. 그러면 저널은 이를 완전히 신뢰해야 할까? 아니면 저널 자체에서 가능한 방법을 이용해 진위판별을 해야 할까? 또,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이미지 테스트 같은 작업으로 인해 사진 조작이 사라지게 될까? 아니면 이를 교묘히 피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될까? (물론 이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도 데이터 자체를 조작하거나 허위 그래프를 만드는 것 등은 발견될 수 없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