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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7 19:37 수정 : 2006.12.07 19:43

생명과학 연구원들은 실험실에서 실험기기 사용권 등을 둘러싸고 선후배와 갈등을 겪는 일이 적지 않으나, 지도교수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큰 연구실은 갈등이 적고 연구성과도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연구자가 대학 실험실에서 위험한 실험약품에 그대로 노출된 채 실험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학생들 나홀로 연구·윤리교육 제대로 못받아
연구성과 높은 교수일수록 학생지도 뛰어나


지난해 황우석 연구팀의 ‘난자 채취’ 윤리문제가 발생했을 때 생물학정보연구센터(브릭)가 생명과학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28%는 “생명공학 실험과 관련한 윤리교육을 지도교수(연구책임자)나 실험실 선배한테 받았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한 점을 고려하면, 지도교수와 선배는 연구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학생들은 지도교수의 ‘지도’ 없이 혼자 연구를 기획하고 있으며, 절반의 학생들은 실험실 안 갈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성과가 뛰어난 연구실일수록 지도교수의 학생 관리 점수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연구 설문조사
7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생명윤리와 연구윤리의 현황과 전망’ 심포지엄에서 황은성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지난달 21~30일 브릭에서 생명과학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가 실험실 안에서 구성원간 갈등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런 갈등은 실험실 전체 연구 분위기를 저해(28%)하거나, 구성원 사이의 연구에 지장을 초래(25%)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도교수가 갈등 해결에 적극적인 경우는 거의 없고(8%), 당사자 사이에 해결하도록 방치하거나(52%) 아예 모르고(30%) 있었다.

황 교수팀이 논문 실적 등 연구성과가 우수한 연구실 10여곳의 연구원들(이하 선별그룹)을 상대로 같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도교수가 수시로 실험노트를 점검하며 토의한다”고 답변한 경우(44%)가 많은 반면, 브릭 조사(이하 전체그룹)에서는 23%만이 그렇다고 대답해 차이를 보였다. 또 선별그룹에서는 연구원들의 연구프로젝트를 주로 지도교수가 정해주고 실험까지 지도해주는 데(78%) 비해 전체그룹에서는 44%만이 그렇다고 답변하고, 21%는 혼자 실험을 한다고 대답했다. 또 선별그룹 연구자들은 실험 방법(프로토콜)을 지도교수(38%)나 실험실 선배(45%)한테 얻는 데 비해, 전체 그룹에서는 이런 경우가 46%에 불과하고 절반은 실험실 밖 전문가에게 얻거나 혼자 해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에 대한 존경심도 선별그룹(96%)이 전체그룹(89%)보다 높았다.

황 교수는 “생명과학도들은 사람보다는 단백질이나 세포를 상대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사회성이 떨어지고 이기적 성격을 가지기 쉽다”며 “지도교수가 연구원들의 전인교육에 신경을 쓰고 연구원들의 지도에 좀더 충실히 하면 연구비리 등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1: ㄷ아무개 교수님은 술을 너무 좋아하십니다. 프로젝트 돈이 입금되는 날 저녁이면 꼭 술을 마시러 가자고 랩원(연구원)들을 동행하고, 입금되는 돈 이상의 술을 드시고 그 계산을 랩원들에게 넘깁니다. 또 랩원들을 달에 한번 정도 따로 불러 술을 드시고 계산을 개인들에게 떠넘기기도 합니다.

#2: 교수는 학생을 제자로 여기기보다는 ‘시다’나 소모품으로 여기는 게 상례가 아닌가 합니다. 만날 때면 양주 한병씩 가져다줬더니, 이제는 양주 없이 가면 뻘쭘해지는 상황입니다.

#3: 선배 ㄱ아무개씨는 실험기기 사용 우선권을 주장해 후배나 다른 실험실 사람들은 제시간에 기기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실험기기를 쓰려면 ㄱ씨에게 허락을 받아야 해 모든 사람이 그에게 불만을 가져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생물학정보연구센터의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생·연구원의 지도교수·연구책임자 평가’ 설문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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