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29 19:12
수정 : 2007.01.29 19:12
기후대 100년에 150~550km 북상
나무는 평균 25km 이동…몰락 불가피
남한 산림의 절반 이상이 앞으로 닥칠 지구 온난화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 변화에 따른 나무의 이동 속도보다 온난화의 북상 속도가 빨라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광범한 숲의 쇠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무들은 기온이 낮거나 고도가 높은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 발이 없는 나무가 증식을 통해 이동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무는 100년에 평균 25㎞(연간 250m)를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정부간위원회(IPCC)가 예측한 기후대의 북상 속도는 100년에 150~550㎞로 훨씬 빠르다. 부산에 살던 나무는 대전이나 서울로 옮겨와야 한다는 얘기다.
자작나무와 소나무는 비교적 이동 속도가 빠르지만 기후변화 속도를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한다. <표 참조> 전나무·가문비나무·호두나무 등은 속도 경쟁에서 이길 가망이 없다. 게다가 숲이 도시에 의해 단절된 곳에서는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재욱(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이동근(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씨는 한국환경복원녹화기술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나무의 이동 속도가 지구 온난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산림이 앞으로 50년 뒤 전체의 54.82%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주목·구상나무 등 희귀 식물이 살던 아한대림은 대부분 냉온대림으로 바뀌는 반면 남해안과 제주도 등에는 넓은 아열대림이 분포할 것으로 이 논문은 예측했다.
손요한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팀은 다른 모델을 이용해 2100년까지 전체 산림의 30%인 4만4천여㎢가 기후 적응에 실패해 취약한 상태에 놓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3년째 추진 중인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시스템 구축’의 하나로 수행된 이 연구에서 손 교수는 이 기간에 침엽수림이 현재의 2만1천여㎢에서 7천여㎢로 3분의 1로 줄어들어 강원도 고지대에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 연구관은 “숲이 한꺼번에 몰락하지는 않겠지만 ‘열 스트레스’가 수십년간 계속된다면 병충해 등과 겹쳐 광범한 쇠퇴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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