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재단! 이것이 지원인가? 착취적 사업인가?
한국과학문화재단으로부터 "2007년 과학문화활동지원사업 공고 안내" 라는 메일을 한 통 받았다. ZIP 파일로 첨부된 파일을 열어보고 내용을 읽어가다 크게 의아해 했다. 그리고 메일에 나온 연락처를 보고 과학문화활동지원사업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본인이 의아하게 여긴 부분은 바로 과학도서 출판지원에 관한 건이다. 그다지 문제될 것도 없지 않나! 하고 생각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보세요."
"예. 다름이 아니라, 여쭤볼 일이 있어 전화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과학기술 도서 출판지원이 저자만 가능하더군요. 저술지원이라는 건 저술활동의 과정을 통해 저자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거 아니나요. 그런데 저술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작성된 원고를 요구하더군요. 뭐가 잘못되지 않았나요?"
"네? 뭐가요?"
"아니! 이미 작성된 원고를 요구한다는 건 저술활동을 장려 및 촉진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국민세금으로 지원된 자금으로 지원사업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업처럼 이익을 내겠다는 게 아닙니까? 그리고 발간된 경우 저작권을 과학재단에서 귀속하겠다니요?"
"이번 출판지원 사업이 그렇습니다. 내부적으로 상의를 한 것입니다."
대화를 하는 동안 무엇이 잘못된 건지 전혀 인식을 하지 못한다. 몇 분이 흘러간다. 이들은 과학이라는 구실을 가지고 과학문화재단에 소속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단지 급여를 받는 것 같다. 과학재단이면 더욱 과학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일반 기업체보다도 못한 대접을 과학자에게 하고 있음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다. 과학자로써 과학재단에서 근무하는 그에게 그와 같은 말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에게 단지 푸념 많은 불쌍한 사람의 투정처럼 여겨지고 있음에 더욱 난감했다.
저작권마저 소유하겠다면 재단은 세금으로 책을 내고 그 판매 수익은 모두 재단이 소유하겠다는 게 아닌가! 이게 순수한 국가적 지원활동인가? 고금리로 서민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는 고리대금업자처럼 착취적 이윤 추구인가?(대략 100년 동안 저작권료를 소유한 재단이 10000만원짜리 도서 1만 권을 팔면 어느 정도 이윤을 남길까? 대략 권 당 30%의 마진을 남긴다면 3000만원이다. 그리고 저작권료 10% 마저 그들이 소유한다면 4000만원인 것이다. 어느 정도 인지도를 지닌 과학재단에서 수 십여 년 동안 이 정도는 수익을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그 외에도 저작권으로부터 비롯되는 기타 사업들이 많다. 과학도서 경우는 영화제작, 번역사업 등등)
평생 동안 저자에게 있어 저작권이 어떠한 것인가! 창의적 활동을 하는 저자에게 있어 명예의 흔적이자, 현실적으로는 수년동안의 창의적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은 대가로 생계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 주는 게 바로 저작권이다.
사후 50년간 보장되는 게 저작권 아닌가! 그만큼 창의적 활동은 중요한 것이다. 미국에선 저작권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자는 법안이 다루어지고 있는 이때이다.
"내부적으로 상의한 겁니다. 건의한 내용은 위에다 전하겠습니다. "
그와 같이 말하고 귀찮아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화를 끊으려고 한다. 건의하겠다고 하면서 조속히 건의 사항에 대해 연락 주겠다는 언질도 없다. 이와 같은 패턴은 무수히 겪어 온바 대부분 건의는 고사하고 신경도 안 쓸 것이다.
"아니! 중대한 사안에 대해 명확히 잘못된 부분은 시정을 해야죠. 그리고 건의하겠다고 한 사람치고 건의한 사람 보지 못했습니다. 전화가 끊기면 오늘 하루 귀찮은 사람하고 실랑이를 했다고 여길 것 아닙니까?"
"무턱대고 전화해서 잘못되었다고 하면 됩니까?"
"무턱대고 전화했다고요? 무턱대고 메일을 보내놓고 그 무슨 소립니까? 메일을 열어보고 과학재단이 과학저술가를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냈는지 알아보려고 전화했습니다. 비생산적 활동을 하는 이들이 창의적. 생산적 활동을 하는 이들을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와 같은 것은 노동을 착취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아닙니까?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출연재단에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네? 왜 그렇게 말하면 안됩니까? 분명 잘못되었기 때문이고요. 그렇다면 지금 재단에 근무하면서 어느 정도 연봉을 받습니까. 본인이 아는 바로는 아무리 열악한 대접을 받는다 해도 2500만원은 상회할 겁니다. 예를 들어 과학소설 한편을 쓴다고 칩시다. 몇 년 걸리는지 압니까? 거기다 과학에 대한 기본적 연구가 없으면 시도도 못합니다. 저명한 과학소설가 아서 클라크의 소설 중 어떤 것은 후속편이 나오는데 몇 십년이나 된 것도 있소. 그런데 이윤추구도 아니고 저술활동을 장려. 촉진하겠다는 재단에서 저술활동 지원은 고사하고 이윤활동이지 않소. 더구나 1000만원에 저작권을 소유하겠다니? 말이 되오? "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건의해보겠습니다. 아무튼 이 부분은 재단의 합의 사항입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2006년 한겨레에서 장편소설 분야 문학상을 공모할 때, 기준을 살펴보자. 한겨레신문은 엄연히 기업체이다. 과학문화재단처럼 국가에서 받은 세금을 뿌리는 게 아니라, 자기자본으로 이익을 내야 운영되는 엄연한 기업체에 속한다. 즉, 한겨레신문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주주들에 의한 투자를 받아 운영되는 주식 회사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에서 장편소설 공모를 할 때 내거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주제는 제한 없다. 그러나 과학재단에서는 당연 주제는 과학관련도서다. 즉, 적어도 집필을 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과학관련 업종에 석사, 박사, 그리고 다년간 연구를 한 사람일 것이다. 한마디로 희귀종이다. 그러나 경제원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바로 과학분야 종사자이다.
(의사는 귀하다 해서 대접 받고, 서비스업에 불과한 각종 사법고시 합격자는 변호사증이 대체 무엇인지 무척이나 대접 받는다. 아마 좁은 문을 통해 입성한 희소성의 가치가 적용된 경제원칙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년간 2만 명 이상 배출 되야 정상이다. 그래야 부의 분배가 공정.공평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법률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고시라는 변호사시험에 터무니 없는 좁은 문을 만들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심히 해치고 있고, 더 나아가 부의 분배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부의 양극화를 심화 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를 보자. 상금으로 1편당 3000만원이다. 그런데, 과학재단을 보자. 1000만원이다. 그리고 저작권 부분을 보자. 한겨레는 저작권이 아니라, 지적재산권에 대한 2차적 이용권, 즉 판매권과 판매권으로부터 파생된 권리를 3년 동안 보유한다는 것이다.(또한 3년 동안 판매수익이 상금 3000만원을 상회할 때 보상조항이 있다.) 그런데 과학재단에서는 1000만원에 저작권마저 완전히 소유하겠다는 것이다.
한번 가정해보자. 과학적 지식과 문학적 재능까지 발휘해 과학소설을 썼다고 해보자. 몇 년이 걸리겠는가? 본인은 꽤나 나름대로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몇 년이나 걸렸을 것 같나? 3년 정도 걸렸다. 물론 2편 분량이나 1편 정도만 대충 정리해서 출간을 했다. 과학재단에서 기업과 같은 이윤추구를 해도 무방한지에 대해서는 깊게 고려해보지 않는 이상 사회에 어떠한 작용을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과학재단에서 과학활동 저술을 장려. 촉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행한 이윤추구가 일반 사기업에서조차도 행하지 않는 심히 지나친 조건을 내건다면 그것이 과연 국가적 지원이라 말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윤추구인가! 그것도 아니면 착취인가!
분명 한국과학재단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국가의 과학발전과 진흥 그리고 장려를 목적으로 한다. 기업이 아니란 말이다. 또한 그런 일을 하는 재단은 특별히 과학을 귀히 여기고 과학관련 종사자를 중히 여기는 마인드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와 같은 기본적 마인드도 없이 한국과학재단에 들어가 꼬박꼬박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챙긴다면 국가가 어찌 되겠는가! 또한 그러한 마인드를 지닌 이들이 과학관련 사업에 투여 되는 공적 자금을 운영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알면서도 행하는 비리가 있을 것이며, 부지불식간에 모르면서도 행하는 이와 같은 부당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출판사도 저자에게서 저작권마저 소유하고자 하지 않는다. 저작권은 저자의 프라이드다. 그런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체도 아닌, 국가 출연 기관인 한국과학재단에서 과학 저술활동을 장려하겠다는 본래의 목적은 도외시하고 기업체보다 더욱 심한 이윤추구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은 기업적 입장에 있다 하더라도 명백히 착취적 이윤추구 일뿐이다.
나는 한국과학재단의 과학도서출판사업 담당자인 임세진 대리와 그 외에 약간의 대화를 더 나누었다. 물론 나는 이와 같은 불합리한 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은 칼럼을 쓰겠다고 했다. 당신의 이름을 거론해도 좋겠냐고 하니, 당당하게 하라고 한다. 결코 그는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단지 내가 그를 불쾌하게 하고 있다는 점만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왜 나보고 무턱대고 전화해서 자신을 귀찮게 구느냐는 언급을 하길래,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결코 한국과학재단에 전화를 하고 싶은 맘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2006년도에 한번 한국과학재단의 불합리를 경험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난 더 이상 한국과학재단의 지원활동사업에 응모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2006년도에도 출판지원 사업을 했었는데, 그때는 이미 완성된 작품을 모집하진 않았죠. 그래서 과학 관련 저술 및 출판을 본인이 직접 해 보겠다고 응모했습니다.(물론 이때 경쟁률은 2내지 4대 1 정도 될 거라 했다. 그러나 본인이 출판뿐 아니라 저술까지 직접 하겠다고 하였으니, 외서의 과학도서를 번역하는 여타의 출판사보다 경쟁력이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과학재단에서 2006년에 심사는 어떻게 했습니까?
난 그 당시 과학 저술 및 출판(줄기세포 관련 과학소설을 집필하겠다는 내용)을 해보겠다고 하며 지원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떠했습니까? 어떠한 심사에 대한 평도 없이 그냥 불합격이란 내용만 통보를 받지 못해 전화를 해서 알았습니다. 그때 채택된 도서를 검토해봤더니 대부분 번역 도서였습니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심사를 한 겁니까? (솔직히 말해, 대한민국 출판사들은 이미 검증된 외서를 번역하고자 하는 시도가 빈번하며 그 목적은 당연 돈이다. 국내의 저자들의 저술활동을 촉진시키는데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과학재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해외저자가 이미 다 완료해 놓은 저서를 번역하는 게, 국내 저자의 저술활동을 촉진시키는데 크게 기여한다면 내게 1억만 투여해주면 난 10권 이상 해외 과학 원서를 번역해 출판을 할 수 있다. 그만큼 과학도서에 대한 번역권은 헐값에 거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슨 기준이라니요? 우린 각계 심사위원을 모시고 심사를 한 겁니다."
"네? 심사를 했다고요? 그런데 왜 난 아무것도 심사에 대한 어떠한 평도 통보 받지 못했단 말이오. 심사를 했으면 심사평이 있을 것 아니요? 몇 페이지짜리 출간계획서를 보고 무얼 평한단 말입니까? 아무튼 그 당시 한번 경험하고 나서 한국과학재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대충 알아봤소. 그리고 다시는 한국과학재단에다는 지원이나 응모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소."
"심사를 공정히 했고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됩니다."
"공정히 했다고요? 거참! 공정히 밀실에서 했다고요? 내가 여기기엔 거기서 아는 사람끼리 서로 끼리끼리 이득을 주고 받은 것 같은데요. 뭐! 근거자료가 있어 야죠. 내가 아는 건 예전에 채택된 출판사가 또 채택되고 또 채택된 것 뿐이요. 그러하다면 어떠한 평도 전해 받지 못한 여타 출판사들은 이와 같이 느끼는 게 인지 상정일 거요. "
그리고 임세진 대리에게 본인의 이름과 칼럼을 게재할 사이트를 알려주고 대화를 끝냈다. 입장이 다른 이들과 옳고 그름을 따지고자 하는 행위는 무척이나 난감하며 또한 불성실한 대화가 오고 갈 경우가 많다. 다툼이 잦으면 상처가 많은 것이며, 거시적 차원이 아니라, 한 개인적 삶을 중시하는 미시적 관점에서 보면 또 한 사람의 적을 만드는 어리석은 행위가 될 것이다.
유선방송 55번 채널을 무심코 들여다보며 니킥, 하이킥, 로킥으로 상대방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공격을 생계 유지 수단으로 하나의 직업이 된 것을 본다. 이종격투기. 이젠 부의 분배가 매춘에서 극히 위험스런 격투기의 범주까지 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어쩌면 지금 내가 옳다고 믿는 바가 살다 보면 옳지 않은 것이라고 여기는 날이 올지도 모를 것 같다! 과연 지금 내가 극도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무엇을 지탱하기 위해 "저작권"에 대한 존엄을 지키려 하는 것인가!
박상준 : 전 경문전문학교 교수 임용. 전 정보통신기업 비와삼시스템 대표. 한양대학교 전자공학 박사 수료(국내외논문 20여편.특허1 실용신안 1 저서 2편 등), 전 한양대학교 강사. 저서:::SF소설 "우주의항문 화이트홀" 외 2편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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