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복원 뉴스를 보면서
서울대 수의대팀이 늑제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반가운 일임에 틀림 없다. 늑대복제가 어려우냐 쉬우냐에 관계없이,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동물에서 복제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로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접하는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은, 이 사실을 발표하는 연구자와 이를 다루고 배포하는 언론의 잘못된 태도 때문이다. 황씨 사건이 일어난지 얼마되었다고, 이렇게 학계와 언론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전혀 배우는 게 없는 바보 같은 우리의 모습 때문이다. 이미 "실험에 기여한 난자의 갯수만을 세어 포함시켰다"는 기막힌 발상(?)에서 보듯이 수의대팀의 통계학에 대한 기본 상식과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은 많이 노출되었다. 그런데,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간 지금에 와서도, 이러한 기본적인 잘못이 하나도 시정되거나 보완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스너피 복제 당시 복제 효율이 0.8%였던 데 반해 보나ㆍ피스ㆍ호프 복제에서는 25%의 복제 효율을 달성했고 이번 늑대 복제는 16.7%를 기록함으로써 추후 복제 실험에서 15∼25%의 복제 효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게 무슨 기괴한 해석인가? 사용된 난자가 251개이든 300개이든 500개이든 대리모가 12마리인 한에는 2마리의 복제동물을 얻는다면, 항상 복제 효율은 16.7% 가 나오게 되는 이 기괴한 계산 방식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 모르고 있는가? 만약 비과학적인지 모르고 있다면 과학자로서의 자질 미달이요, 알고 있으면서도 언론에 자신의 성과를 과대포장해 알리려는 의도로 일부러 그렇게 언급한 것이라면 사기라고 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행위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이러한 성과가 황씨의 것을 훔쳐간 것이라면서 황씨 지지자들은 사정도 모르고 성토 중이니, 한심한 노릇이다. 과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 상식 수준에서라도 아는 - 사람이라면, 사용된 대리모의 숫자보다도 사용된 난자의 숫자가 더 중요하다는 것 쯤은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으리라고 본다. 251개의 난자에서 겨우 2마리가 나왔다는 것으로는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 자신의 성과가 미약하게 들릴까봐 12마리의 대리모에서 2마리가 나왔으니 16.7%라고 우기고 싶은 것인가? 일본이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위안부 문제와 전범들에 대한 예우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그들이 과거를 통해서 배우려 하지 않고, 과거를 회피하고자 하는 까닭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답습하는 우리 학계와 언론, 이런 연구결과를 가지고 언론 플레이를 함으로써 자신의 과거 잘못을 덮어버리려는 연구자들, 얼마나 혼이 나고 창피를 당해야 정신을 차릴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