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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콘버그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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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콘버그 건국대 석좌교수 고교생 특강
“어떻게 하면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을까요?” “교수님의 연구 결과로 광우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순수학문을 전공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11일 오후 3시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을 가득 채운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호기심 어린 질문이 이어졌다. 올해 이 대학의 석학교수로 부임한 로저 콘버그 2006년 노벨상 수상자의 취임을 기념해서 마련된 ‘노벨상에 이르기까지의 나의 길’이라는 특강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예순살 노교수는 1200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에게 과학 연구의 어려움과 보람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콘버그 교수는 우선 자신이 화학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고등학교 때 과학원리를 쉬운 실험으로 보여준 훌륭한 선생님” 덕분이었다고 말해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고등학교 때 황산구리 용액에 관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용액의 확산 속도에 대해서 우리에게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몇달 동안 실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어요. 학기말에야 실험 결과를 보면서 저는 용액의 확산 속도가 정말로 느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실험의 영향으로 몇 년 뒤 대학원생으로서 세포막 사이의 확산현상을 계속 연구하기로 결심했죠.” 콘버그 교수는 과학에 흥미를 느끼려면 과학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나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니 행운아”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광우병에 관한 질문에 “광우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전사를 방해하는 기술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이르다”면서도 “미래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무려 200~300명이 한꺼번에 손을 들어서 질문 신청을 하는 등 특강은 열띤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고등학생 약 100여명이 연단에 올라가 콘버그 교수로부터 사인을 받고, 즉석에서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휘문고등학교 1학년 구본효군은 “어려운 내용인데도 교수님이 천천히 설명해 주셔서 내용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며 “화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전공을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콘버그 교수는 생물의 세포 내에 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이 리보핵산(RNA)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인 전사(轉寫)에 대해 연구해서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인 아서 콘버그 교수 역시 1959년 디엔에이 복제 효소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바 있다. 글·사진 김기태 기자, 김명진 수습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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