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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2 21:50 수정 : 2007.04.22 21:58

호주 수도 캔버라의 중심지에 위치한 과학관 퀘스타콘(국립과학기술센터) 건물. 1988년 호주-일본 수교 200돌을 맞아 양국 정부 등의 후원으로 지어졌다.

호주 과학문화 현장 가보니

장래 희망을 과학자로 꼽았던 많은 학생들이 중학교 이상 고등교육 과정에 들어가면 과학을 싫어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 학생들이 과학을 계속 좋아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만지는 과학’, ‘찾아가는 과학관’ 등 독특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 11~13일 오스트레일리아 과학문화 활동 현장을 둘러보았다.

국립과학기술센터 퀘스타콘
첩보기구·자연재해 등 15가지 실습장 연 40만명 참여
과학전시물 싣고 전국 도는 트럭 ‘과학 서커스’도 인기

연방과학산업연구소 이중나선클럽
유료회원 1만9천명 ‘노래기 박멸’ 등 주제별 연구
과학자와 짝지워 활동하는 ‘학생연구제도’ 눈길

퀘스타콘 사이언스 서커스에는 호주국립대학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준석사 과정 학생들이 참가해 공연을 한다. 퀘스타콘 제공

퀘스타콘=오스트레일리아의 수도 캔버라의 중심에는 이른바 ‘퀘스타콘’이라 불리는 국립과학기술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5층 높이의 하얀색 건물에는 관람객이 직접 조작하고 탐구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갖춰져 있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은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의 1902개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온 학생 10만여명을 포함해 40만여명에 이른다.

지난 11일 방문한 이곳에서는 지진해일(쓰나미), 회오리바람(토네이도), 지진 등 자연재해를 직접 느껴보거나 조작해볼 수 있는 전시물과, 첩보원이 사용하는 각종 도구들을 이용해 컴퓨터 칩을 훔쳐간 범인을 잡는 전시물이 학생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었다. 윌 인빈 퀘스타콘 대외협력국장은 “이곳에는 갓난아이라 하더라도 접근할 수 없는 곳이 없다. 모두 만져보고 조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퀘스타콘은 1980년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의 물리학 교수인 마이크 고어가 ‘손으로 만지는 과학’을 표방하며 에인슬리공립학교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5가지의 과학전시물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지금 건물은 88년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 수교 200돌을 기념해 양국 정부와 기업의 후원금으로 지어진 것이다. 대형 유리로 이뤄진 건물은 자연 채광을 하고 햇볕만으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물과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퀘스타콘을 여느 과학관과 다르게 하는 것은 건물 안에 있지 않았다. 고어 교수의 제안으로 85년에 만들어진 ‘과학 서커스’는 ‘찾아가는 과학관’이라는 새 개념을 낳았다.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커다란 트럭에 갖가지 과학전시물을 싣고 다니며 학생들을 만나는 과학 서커스는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들의 실습장이기도 하다. 이들은 50여 가지의 과학 시범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과학 원리를 설명한다. ‘과학 전도사’로서의 기량을 보이는 학생들은 퀘스타콘에 채용되기도 한다. 과학 서커스는 그동안 전국 2천여개 학교 33만여명의 학생들을 찾아갔다.

인빈 대외협력국장은 “학생들이 과학을 싫어하고 과학자라는 직업이 전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풍조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이공계 기피에 대한 퀘스타콘의 성과를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관람객 만족도가 97%에 이른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퀘스타콘은 오는 6월 한국 중앙과학관과 양해각서를 맺는다.


지난 11일 오후 퀘스타콘을 찾은 어린이들이 자동차를 운전하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방과학산업연구소의 이중나선클럽=오스트레일리아 과학문화 활동의 또다른 중심은 연방과학산업연구소(사이로·CSIRO)다. 사이로는 일종의 연구소 집합체로, 전국 주요도시 9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2일 찾은 연구소 안에는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국이 별도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국이 운영하는 이중나선클럽은 80년 창설된 전국 규모의 조직으로, 현재 회원은 1만9천여명에 이른다. 연회비 26오스트레일리아달러(AUD·약 2만원)를 내고 가입하면 연령에 따라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40여쪽짜리 컬러판 잡지 〈이중나선〉(10~12살)과 〈사이언트리픽〉(7~9살)을 보내준다. 또 회원들은 각종 체험 과학행사와 공연 등에 참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국 규모로 진행되는 과학탐구 활동은 이 클럽의 명성을 높여왔다. 93년 처음으로 ‘남반구의 땅속 벌레’라는 연구가 수행됐다. 클럽은 회원들에게 잡지를 통해 자신의 집 주변에 사는 땅속 벌레들을 채집해 관찰한 기록을 클럽 본부로 보내도록 알렸다.

전국에서 참여 학생 2천여명이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땅속 벌레 분포 지도를 작성할 수 있었다. 올해는 해충의 일종인 ‘야생 포르투갈 노래기’가 조사 대상이다. 연구에 참가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회원들에게는 지난 2월 ‘노래기 박멸팀’의 일원이 된 것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벌레를 담을 키트와 암수 구분 요령 등 자세한 설명문이 우편으로 발송됐다. 회원들은 4월까지 두 마리를 찾아내 암수 여부와 어디서 찾아냈는지 등을 기록해 반송한다.

교육국은 또 학생들이 1~2시간 워크숍에 참가해 강의를 듣고 실험을 하는 과학교육센터를 운영한다. 워크숍은 1인당 5오스트레일리아달러(3800여원), 방학 중 2~3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1인당 60오스트레일리아달러(4만5천여원)의 참가비를 받는다.

학교의 추천을 받은 소수의 고등학생들에게는 과학자와 함께 직접 연구를 하는 ‘학생연구제도’의 기회가 주어진다. 선발된 학생들은 과학자와 짝을 이뤄 연구실에서 6개월 정도 실제 연구활동을 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회를 연다. 전국적으로는 학생 500여명과 과학자 200여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호주의 주요 과학문화 활동

캔버라/글·사진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세계 첫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자부심”
국립호주대 과학공공인식센터 수전 스토클메이어 소장

국립호주대 과학공공인식센터 수전 스토클메이어 소장
퀘스타콘과 연방과학산업연구소가 과학문화 활동의 현장이라면, 그 배경에는 ‘작전사령부’ 격인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과학공공인식센터(CPAS)가 있다. 1996년 대학 과학부 안에 설립된 이 센터는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산하의 유일한 과학문화 관련 기관으로, 세계 최초로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를 개설했다. 지난 13일 수전 스토클메이어 과학공공인식센터 소장(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사진)을 만났다.

※교육과정을 소개해달라.

=커뮤니케이션학과에는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부와 석사·박사 과정이 개설돼 있다. 여기에 ‘준석사’(그래듀에이트 디플로마)라는 독특한 과정이 하나 더 있다. 1년 과정으로, 학부를 마친 학생뿐 아니라 다른 분야 과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지원한다. 이 교육과정에 퀘스타콘의 과학 서커스 활동이 포함돼 있다. 한 해 100여명 정도가 지원해 16명만 뽑힌다. 이들에게는 장학금과 전국을 다니며 공연을 하는 데 들어가는 일체의 여행비와 생활비 등이 지원된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은 일반인들에게 아직 생소한데?

=과학공공인식센터는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해마다 지역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직이나 기관을 뽑아 주는 총리상을 퀘스타콘과 함께 받았다. 또 오스트레일리아공동체가 해마다 각 분야에서 중요한 인물 200여명을 뽑아 주는 ‘에이엠(AM: 영국의 ‘경(Sir)’과 비슷한 경칭)을 상근 교수 4명 가운데 3명이 받았다. 우리 활동이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생각한다.

캔버라/글·사진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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