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6 14:57
수정 : 2007.04.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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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과학산업연구소 안에 세워진 디스커버리는 연구소와는 독립된 기관으로 홍보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 한겨레 블로그 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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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과학산업연구소(CSIRO)는 호주의 대표적 연구기관이다. 2006년 6월 기준 ISI 인용지수에서 22개 분야 가운데 13개 분야에서 세계 과학연구소 가운데 상위 1%에 들었다. 애초 1920년 농업과 목축을 연구하기 위해 세워진 이 연구소는 현재는 정보통신에서 생명과학, 에너지, 건설, 광업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다. 전국 9곳의 연구소에서 6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1800여명이 박사학위, 480명이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캔버라 연방과학산업연구소 관내에 2000년 8월 유리와 철근 골조로 이뤄진 ‘디스커버리’ 센터가 들어섰다. 디스커버리는 연방과학산업연구소의 홍보관이지만 독립된 조직으로 활동한다. 특히 각종 체험형 전시물을 직접 제작해 전시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한해 6만명에 이른다. 디스커버리는 연구소의 교육담당 부문인 ‘연방과학산업연구소 교육’(CSIRO Education)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디스커버리를 설립한 크리스틴 캔스필드-스미스 디스커버리 관장은 “CSIRO가 교육기관이 아니면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과학연구를 통해 생산된 정보는 일반시민에게 나눠져야 한다는 법 규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학생 등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살아 있는 과학정보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12일 찾은 이곳에서는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들이 연방과학산업연구소에서 현재 연구하고 있는 과제들과 관련된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전시물은 직접 만져보거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3D 영상관에서는 인조센서(인조코) 제작, 식물을 통한 오메가-3 배양, 꿀벌을 이용한 의료술 개발 등 연구소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테마들이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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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방문객의 절반은 학생들이 아닌 일반인이다. 디스커버리를 찾은 노인들이 전시물을 둘러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한겨레 블로그 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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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RO 교육’은 ‘과학교육센터’(CSIROSEC) ‘학생연구제도’(SRS) ‘이중나선클럽’ ‘과학기술 창의상’(CREST) 등을 운영하고 있다.
캔버라에는 과학교육센터의 지부격인 ‘그린 머신’ 센터가 있다. 15년 전 호주국립대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6년 전 디스커버리 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학생들은 학교 과학시간을 이용해 강의와 실험으로 이뤄진 워크숍에 1~2시간 정도 참가한다. 어떤 경우에는 똑같은 종류의 실험을 모두 함께 하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실험을 서로 나눠 진행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직접 교육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문 활동가가 교육을 한다. 워크숍은 1인당 5호주달러(3800여원), 방학 중 2~3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1인당 60호주달러(4만5천여원)의 참가비를 받는다. 캔버라의 그린머신에는 연간 1만여명, 시드니 과학교육센터에는 12만여명, 멜버른은 15만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해마다 어학연수를 온 한국 학생들 일부도 참가하고 있다고 로스 파커스 그린머신센터 소장은 소개했다. 파커스 소장은 “학생들에게 현장 과학활동이 학생들에게 얼마만큼의 과학에 대한 흥미를 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참가자 70% 이상이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연구제도’는 학교의 추천을 받은 소수의 고등학생들이 과학자와 직접 연구를 하는 활동이다. 학교에서 1~2명의 학생들을 추천하면 CSIRO 과학자들이 이들 가운데 참가학생을 선발한다. 뽑힌 학생들은 과학자와 짝이 이뤄 연구실에서 6개월 정도 실제 연구활동을 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회를 연다. 올해 캔버라에서는 70여명의 학생들이 30여명의 과학자들 연구실을 찾을 계획이라고 파커스 소장은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학생 500여명과 과학자 200여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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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나선클럽이 발행하는 잡지 <이중나선>과 <사이언트리픽>. 클럽은 교사용 잡지도 발행한다. ⓒ 한겨레 블로그 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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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나선클럽’은 1980년 창설된 전국 규모의 조직으로, 현재 1만9천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연회비 26호주달러(약 2만원)를 내고 회원에 가입하면 연령에 따라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40여쪽짜리 컬러판 잡지인 <이중나선>(10~12살)이나 <사이언트리픽>(7~9살·Scientific과 terrific의 조어)을 보내준다. 또 각종 체험 과학행사와 공연 등에 참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국 규모로 진행되는 과학탐구 활동은 이 클럽의 명성을 높여왔다. 1993년 처음으로 ‘남반구의 땅속 벌레’라는 연구가 수행됐다. 클럽은 회원들에게 잡지를 통해 자신의 집 주변에 사는 땅속 벌레들을 채집해 관찰한 기록을 클럽 본부로 보내도록 알렸다. 전국에서 참여 학생 2000여명이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호주의 땅속 벌레 분포 지도를 작성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하수구 등에 끼는 이끼를 먹어치우는 족제비에 대한 탐구를 펼쳤다.
올해는 해충의 일종인 ‘야생 포르투갈 노래기’가 조사대상이다. 연구에 참가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회원들에게는 지난 2월 ‘노래기 박멸팀’의 일원이 된 것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벌레를 담을 키트와 암수 구분 요령 등 자세한 설명문이 우편으로 발송됐다. 회원들은 4월까지 두 마리를 찾아내 암수 여부와 어디서 찾아냈는지 등을 기록해 반송한다. 매리언 허드 연방과학산업연구소 교육프로그램국장은 “6월께면 1983년 이래 과학자들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노래기가 호주 전역에 얼마나 퍼져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며 “최종 보고서는 10~11월게 발간되는 이중나선클럽에 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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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나선클럽이 올해 회원들에게 대규모 조사사업으로 `야생 포르투갈 노래기' 채집을 알리며 보낸 설명서와 채집 도구들. ⓒ 한겨레 블로그 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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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창의상은 학생들의 탐구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1995년에 만들어졌으며, 해마다 65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학생들은 6단계의 개방형·비경쟁형 과제를 풀어가면서 단계마다 인증서와 메달을 받는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 입문과정 1단계의 그린은 특정 주제의 설명을 보고 단순히 체크만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심화과정 1단계인 동메달은 선행연구를 반복해보는 것만으로 받을 수 있지만, 3단계인 금메달은 과학자와 함께 독창적인 연구를 해야 딸 수 있다. 심화 2단계인 은메달 이상은 산업이나 지역공동체와 연관을 갖고 활동을 해야 가능하다. 허드 부장은 “학생연구제도는 과학자가 연구 주제를 정하고, 과학기술 창의상은 학생 스스로 탐구 주제를 정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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