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6 15:04
수정 : 2007.04.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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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공공인식센터 설립자인 마이크 고어 교수. 그는 퀘스타콘 설립자이기도 하다. ⓒ 한겨레 블로그 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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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공인식센터(CPAS)
호주 과학문화 활동의 중심에는 호주국립대의 과학공공인식센터가 있다. 퀘스타콘의 창설자인 마이크 고어 교수와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1996년 대학 과학부 안에 설립한 이 센터는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산하에 유일한 과학문화 관련 기관으로, 세계 최초로 과학커뮤니케이션 학과를 개설했다.
학과에는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이 개설돼 있다. 여기에 ‘준석사’(Graduate Diploma)라는 1년짜리의 독특한 과정이 하나 더 있다. 이곳에는 학부를 마친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과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지원한다. 석사·박사과정을 마친 학생도 지원이 가능하다. 수전 스토클메이어 과학공공인식센터 소장(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은 “이들의 교육과정에는 퀘스타콘의 사이언스 서커스 활동이 포함돼 있다”며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지만 성적이 상위그룹에 속하고, 대중 공연 재능이 있어야 선발된다”고 말했다. 한해 100여명이 지원을 하지만 서류심사를 통해 40여명에게만 실기 지원 기회가 주어진다. 1차 합격한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주제로 과학시범 공연을 하는 장면을 디브이디로 스스로 제작해 센터로 보내야 한다. 센터에서는 이들 가운데 16명만을 뽑는다. 이들에게는 장학금과 호주 전역을 다니며 공연을 하는 데 들어가는 일체의 여행비와 생활비 등이 지원된다. 그러나 학기 시작 전 6주일 동안 사전 훈련을 받아야 하고, 4개월 동안 2만5천㎞를 돌아다니며 10만여명의 지역주민들에게 공연을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연방 및 지방정부, 산업체, 연구소, 언론사, 교육계 등 사회 각계에 진출해 ‘과학전도사’ 활동을 하고 있다. 2003년에는 이곳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사라 테넌트가 총리한테서 우수과학교사상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3년 과정의 학부에는 한해 50여명이 입학한다. 현재 1년6개월 과정의 석사에는 10여명, 박사과정에는 2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육은 실습을 위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학기 내내 홈페이지 웹사이트를 직접 제작해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자신이 정한 주제별로 논문이거나 사진·비디오 작품이거나 또는 책이나 공연물이거나 어떤 것이든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청중 앞에서 발표회를 열어야 학점을 받는다. 스토클메이어 교수는 “대중이나 청중에게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실제로 할 수 있는가가 교육의 목표이며 또 그것으로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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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국립대(ANU) 커뮤니케이션학과의 수전 스토클메이어 교수. ⓒ 한겨레 블로그 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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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터는 지난해 퀘스타콘과 함께 호주에서 해마다 지역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직이나 기관을 뽑아 주는 총리상을 받았다. 또 호주공동체가 한해 각 분야에서 중요한 인물 200여명을 뽑아 주는 ‘AM’(영국의 ‘Sir·경’과 비슷한 경칭)을 상근 교수 4명 가운데 고어, 브라이언트, 스토클메이어 교수 등 3명이 받았다. 스토클메이어 교수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을 정착시키는 데는 대학 안에서도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제 과학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들”이라고 강조했다.
호주과학축제
호주의 또다른 과학문화 중심축은 비영리재단인 호주과학축제 사무국(ASF)이다. 1993년 영국의 에딘버러 과학축제를 본따 만들어진 축제는 애초 5월에 열렸으나, 2001년 전국과학주간과 통합하면서 한겨울인 8월로 옮겼다. 과학주간은 고등학교 졸업 시기에 학생들이 미래의 직업으로 과학자를 선택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호주과학축제의 목적은 일반인에게 과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메리안 왈드런 호주과학축제 사무총장은 “모든 행사는 과학을 섹시하게, 재미 있으면서도 진지한 얘기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느 과학축제와 다를 바 없다.
호주과학축제를 남다르게 하는 것은 사무국 구성에 있지 않다. 20명의 과학자로 이뤄진 축제위원회와 10명의 기업가로 구성된 이사회가 있지만, 실제 행사 기획은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8명의 실무진이 담당한다. 이들 실무진은 과학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현장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다. 왈드런 총장은 “호주국립대나 퀘스타콘 등에서 실제로 과학공연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뛰어난 이들을 뽑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인기가 있었던 행사는 ‘선술집에서의 과학’(Science in the pub)이었다. 원래 선술집에서의 과학은 호주 시드니의 과학커뮤니케이션협회가 다달이 개최하는 과학 카페다. ‘속옷의 과학’을 주제로 캔버라 시내 한 카페에서 속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담진 과학 원리와 속옷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 등을 다룬 행사였다. 1장에 5호주달러(3800원) 하는 400석의 표가 발매하자마자 매진됐다. 퀴즈를 맞힌 참가자에게는 설탕으로 만든 팬티와 브라 등이 선물로 주어져 흥미를 돋웠고, 중계를 맡은 <호주라디오방송>은 두번이나 방송을 했다. 이 행사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모임인 호주과학커뮤니케이션협회가 맡았다. 이 협회에는 과학기자, 과학교사, 과학커뮤니케이터 등 450명이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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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의 호주과학커뮤니케이션협회가 다달이 여는 `선술집에서의 과학' 한 장면. ⓒ 한겨레 블로그 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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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호주과학교사협회(ASTA)는 초·중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12단계의 과학탐구활동을 통해 배지·견장 등을 주어 성취동기를 부여하는 스펙트라과학상(SPECTRA 과학상)과 과학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포스터·모형·수필·컴퓨터프로그램 등을 통해 선발하는 과학재능발굴경연대회(STS)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재능발굴대회에는 지난해 289개교 2만1409명이 참가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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