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미생물 분야 새 지평 개척 높은 평가
한인 과학자가 극한적인 상황에서 생존하는 미보고 박테리아 200여종과 3종의 신종 효소를 발견하는 등 토양미생물 분야에서 새 지평을 열어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화제의 과학자는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주립대(UCR)에서 5년여 동안 포스트닥 과정을 밟고 있는 김종식(44) 박사.
김 박사는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인근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옆 라 브레아에서 솟아나는 중질유와 천연 아스팔트(타르)를 채취,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제껏 보고되지 않은 200여종의 박테리아가 아스팔트를 먹고 살고 있으며 기존의 효소와 전혀 다른 3종의 효소가 있음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LA타임스가 14일자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신문, 방송, 과학잡지들이 관심있게 보도했으며 보다 구체적인 발견 경위를 보도하기 위해 인터뷰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것.
라 브레라 지역은 과거 바다였던 곳이 융기한 곳으로, 끈적한 중질유가 지표면으로 솟아나오고 있고 휘발성 물질이 자연 증발한뒤 남은 천연 아스팔트가 널려있다. 이 타르 구덩이에서는 빙하기 후기인 1~4만년전 생존했다 구덩이에 빠졌던 동.식물들이 쉼없이 발굴돼 고고학 및 인류생태학 연구의 중요한 보고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매머드나 송곳니호랑이, 곤충, 식물들의 화석이 잘 보존된 채 발굴되고 있고 바로 옆 페이지 박물관에 발굴 화석들을 전시하고 있다.
건국대 농화학과를 졸업한뒤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1998년 규슈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2001년 UCR에서 포스트닥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뒤 라 브레아의 타르 구덩이를 관찰하던중 천연아스팔트속에서 기포가 발생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물과 공기가 거의 없는 천연 아스팔트안에서 생명체가 살수 있는가?"라는 의문점을 풀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
학계에서는 미생물을 배양하는 방법의 한계상 지구에 존재하는 세균중 1%정도만 밝혀냈을 뿐이라고 알려져있는데 김 박사는 채취한 끈적한 타르에 액체질소를 반복해 붓고 찧는 방법으로 분말화한뒤 직접 유전자를 추출하는 `분자생물학적' 방식으로 미생물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혁신적 접근법으로 개가를 올릴 수 있었다.
김 박사가 밝혀낸 박테리아들은 산소가 없는 극한 상황에서 광합성을 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다수의 광합성 세균 등 약 200종이나 되며 석유를 분해하는 효소의 일종인 `다이옥시지네이스(dioxygenase)'를 분석한 결과 기존의 것과 유사한 효소는 물론 전혀 다른 3종의 효소가 있음도 밝혀냈다. 따라서 박테리아들이 강력한 석유 분해 능력이 있어 이들 효소를 생산해 내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들 박테리아와 효소를 이용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경제적으로 석유를 정제하거나 석유로 인한 토양 오염 대책 등 다양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논문은 미국 마르퀴즈(Marquis)의 후즈후(Who's Who)에도 등재된 김 박사가 거의 혼자 힘으로 펴냈음에도 언론들은 데이비드 크롤리 지도교수에 더 초점을 모으고 있어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앞으로 6개월후면 UCR과의 계약을 끝내고 귀국할 예정인 김 박사는 앞으로 농업생태계내 미생물 자원이나 식물생장 촉진 세균연구, 농약 및 석유분해 미생물에 관한 연구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박사는 "미생물을 연구하는 미국의 벤처회사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등 미생물학 분야는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관심을 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미개척인 상태"라며 "앞으로 한국으로 돌아가 토양 및 환경 미생물 연구의 선두 그룹에 한국이 가세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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