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6 21:19
수정 : 2007.06.0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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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학자 미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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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학자 미치 교수 강연
“과학과 공학은, 제대로 작동하는 생태계를 설계하는 데 자연을 어머니로, 시간을 아버지로 인정해야 합니다. 자연은 스스로 생태계를 설계해 가며,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생태공학계의 석학인 윌리엄 미치(사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에서 열린 ‘생태공학-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약속’ 심포지엄에서 “2004년 12월 23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쓰나미와 140여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손실을 낳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생태공학으로 완화할 수 있었던 재해”라며 “인간 사회를 자연 환경에 통합시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디자인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맹그로브 나무가 쓰나미 압력을 90%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한 연구가 있었다”며 “최근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실제 인도 동남쪽 지방에서 새우농장과 관광지 개발로 20년 동안 맹그로브의 26%가 사라진 지역은 쓰나미로 모래톱과 마을이 완전히 파괴된 데 견줘 맹그로브가 유지된 지역은 피해가 적었다”고 지적했다. 1992년 루이지애나를 기습한 허리케인 앤드루에 대한 연구에서는 늪지대가 1㎞당 폭풍 해일 높이를 4.7㎝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늪지가 80㎞ 형성돼 있으면 3.7m나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치 교수는 “자동측정기에 기록된 카트리나의 파고가 5.5~6m인 것을 고려하면 루이지애나를 가로질러 멕시코만으로 흘러들어가는 미시시피강 하류에 자연 홍수를 흉내낸 강의 지류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늪지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태계 유지와 복원에는 정치적 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실책을 예로 들었다. 후세인은 습지를 농경지로 바꾼다는 명목으로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에 댐을 건설해 이라크 전 지역의 습지 90%를 사라지게 했다. ‘기술 재해’라는 비판을 받던 이 정책은 후세인 실권 뒤 원상복귀됐으며, 2005년 현재 37% 가량의 습지가 복원되고 170여종의 철새·텃새가 돌아왔다고 미치 교수는 소개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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