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8 16:20
수정 : 2005.03.28 16:20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별과 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별과 달은 밤하늘에 함께 하지만 결코 친한 사이는 아니다. 달이 밝게 빛나는 밤이면 별빛은 달빛에 가려 그 모습을 감추고 만다.
하지만 달빛에 굴하지 않고 밝게 빛나는 별들이 있는 데 이들은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일등성들이다.
따라서 희미한 별들과 달리 일등성들은 달과 잘 조화를 이루며 밤하늘의 멋진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된다. 달은 일등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도우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과 일등성이 항상 친한 것만은 아니다. 달이 지나는 길목에 있는 일등성들은 가끔씩 달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이처럼 달이 별을 가리는 현상을 성식(星蝕) 또는 엄폐(掩蔽)라고 한다. 모든 일등성들이 달에 가려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달이 지나는 길목에 있는 일등성들만이 바로 엄폐와 성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늘에서 달이 지나는 길을 백도(白道)라고 하는데, 이 백도는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黃道)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달에 가려질 수 있는 일등성들은 황도 위에 있는 열 두 별자리에 속하는 일등성들뿐이다.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쌍둥이자리의 폴룩스, 사자자리의 레굴루스, 처녀자리의 스피카, 전갈자리의 안타레스가 바로 그 대상들이다.
이달 31일에는 그 중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전갈자리의 안타레스에서 성식 현상이 일어난다. 안타레스는 전갈자리의 중심에 위치한 붉은 색 별로 그 말의 의미는 화성의 라이벌(안티 아레스, 아레스는 전생의 신으로 화성을 뜻함)이다. 황도에 위치해서 가끔씩 화성과도 만나게 되는 데 그 붉은 정도가 비슷해서 서로 라이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달은 30일 밤 11시 51분경에 안타레스보다 아주 조금 먼저 동쪽 하늘에서 뜨게 된다. 달 뒤에 바로 따라 나타나는 밝은 별이 바로 안타레스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달은 서서히 안타레스에 접근하게 되고, 정확히 31일 0시 26분 달의 왼쪽 부분이 안타레스와 닿게 된다. 성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때부터 약 1시간 정도는 밤하늘에서 안타레스를 볼 수 없게 된다.
안타레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붉은 일등성으로 전쟁이나 재앙을 상징하기도 한다. 안타레스가 가려지는 약 1시간 동안만이라도 전 세계에 전쟁과 재앙이 없어지길 필자는 간절히 바란다. 안타레스는 1시 24분에 달의 어두운 오른쪽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이때의 달이 하현달이기 때문에 갑자기 어두운 하늘에 밝은 별이 쏘옥 나타나게 되는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안타레스가 감춰지는 이날 현상에서 가장 크라이막스가 바로 이 순간이다. 달이 알을 까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밝은 별이 달의 오른쪽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맨눈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다만 쌍안경이나 망원경이 있다면 그 감동은 훨씬 더 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망원경을 이용하면 안타레스가 달의 표면 옆으로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현상과 다시 극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감동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안타레스가 나타나는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림 속의 위치를 꼭 확인하고 기다리기 바란다.
1991년 이후 14년 만에 다시 보게 되는 안타레스의 성식 현상은 올해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일등성의 성식이기도 하다. 성식은 별의 크기나 달의 운동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유용한 자료로도 활용되어 왔지만, 아마추어 천문가나 사진가들에게는 멋진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달이 뜨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동쪽에 높은 산이 없는 곳을 찾아 관찰하기 바란다. (글 : 이태형-과학칼럼리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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