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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4 19:03 수정 : 2007.07.06 00:37

지난해 5월 6천m급 해양과학 탐사용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가 미국·일본·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진수됐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오는 11월 해미래로 경북 포항 인근 바다에서 본격적인 해저 부존자원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포항 앞바다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찾아라”

지난달 19일 동해 깊은 바다 밑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채취하는 데 처음 성공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물리탐사선 탐해2호가 사용한 도구는 지름이 10㎝도 채 안 되는 가느다란 파이프(피스톤 코어러)였다. 사용된 도구만 보더라도 탐사와 채취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거나 적어도 카메라로 촬영을 할 수 있다면 좀더 쉽게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는 11월에는 한국해양연구원이 개발한 무인잠수정 ‘해미래’가 포항 인근 바다 밑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찾아나선다.

해양연구원 개발 6000m급…11월 출정 계획
또 다른 잠수정 ‘이심이’ ‘아이리스’도 개발중

이심이 / 아이리스
■ 해미래의 본격 과학탐사 첫 출정=이판묵 해양연구원 해양탐사장비연구사업단장은 4일 “최근 연구원 산하 남해연구소가 경북 포항 동쪽 50㎞ 지점 바다 밑에서 가스 분출 징후를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며 “오는 11월10일께 무인잠수정 해미래로 해당 지점의 해저를 탐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해연구소는 지난달 11~15일 포항 인근 바다에서, 음파로 해저의 지층 및 지질 구조를 탐사하는 장비인 천부지층탐사기로 탐색활동을 했다. 그 결과, 1450m 아래 해저면에서 가스로 추정되는 물질이 분출되고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최동림 남해연구소 남해특성연구본부장은 “보통 탐사기에서 발사한 음파가 해저 뻘의 경우 100m까지 투과됐다 돌아오는데 이 지점에서는 50m 정도밖에 통과되지 못했다”며 “해저면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 부분이 불룩 튀어나온 모양으로 보아 가스층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해저에서 가스가 나오는 때는 퇴적된 유기물이 썩어 나오는 경우이거나 지층 하부에 석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좀더 정밀한 분석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이번 경우는 퇴적 유기물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메탄가스가 심해에서 저온과 압력으로 얼음덩이로 변한 게 가스하이드레이트로, 가스층 밑에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미래는 지난해 5월 개발된 6000m급 심해 무인잠수정으로, 그해 10월 울릉분지에서 해저 2026m까지 들어가 동판 태극기를 설치했다. 또 11월에는 서태평양 필리핀해 아래 577 깊이에서 약 3시간 동안 탐색활동을 벌여 성능이 확인됐다. 6000m급이면 전세계 바다의 98%를 탐색할 수 있다.

이 단장은 “오는 11월 탐사는 해미래로 우리 바다 밑에 존재하는 부존자원을 본격적으로 확인하는 첫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아니더라도 메탄을 대사에 사용하는 심해 생물을 발견한다면 과학 연구뿐 아니라 산업적 활용도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율형 무인잠수정도 개발중=해양연구원은 베일에 싸여 있는 바다 속 신비를 탐색할 자율형 무인잠수정인 ‘이심이’와 ‘아이리스’(IRIS)도 개발하고 있다.

해미래는 바다 위의 탐사선에 케이블을 연결해 바다 밑을 탐색하는 원격조정 잠수정인 데 비해 이심이는 자체 추진력을 갖추고 앞쪽에 달린 카메라와 음파탐지기(소나)로 스스로 길을 찾으며 움직이는 자율형 잠수정이다. 어뢰처럼 생긴 이심이는 재야인사인 백기완씨가 초청강연 때 소개한 전설 속의 물고기 이름에서 따왔다.

국내 개발 무인잠수정 제원
해양연구원은 현재 수심 100m급인 연구용 이심이를 발전시켜 2010년까지 3000m급 이심이를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이심이가 잠수함처럼 한 방향으로만 추진돼 방향 전환이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 헬리콥터처럼 상하로도 움직이고 옆이나 앞뒤로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새 개념의 무인잠수정 ‘아이리스’도 개발하고 있다.

동해에서 가장 깊은 곳은 울릉도와 독도 사이로 최고 수심이 2500m다. 이 잠수정들이 완성되면 우리나라도 동해 전 지역을 우리 잠수정으로 샅샅이 뒤지는 본격적인 해저 탐사 시대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가스하이드레이트

해저 퇴적 유기물이 썩으면서 생긴 메탄가스 등이 영구동토나 심해저의 저온·고압 상태에서 물과 결합해 형성된 고체물질이다. 생김새가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고, 불을 붙이면 타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부존량이 10조t, 동해에 약 6억t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상업 생산기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동해서는 어떻게 찾았나

다양한 장비·방법 복합적 응용
98년부터 53번째 시도끝 성공

첨단 물리탐사선 탐해2호는 지난달 19일 망망대해인 동해에서 2000m 아래의 지름 몇 미터에 불과한 가스하이드레이트 기둥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가스하이드레이트는 해저 심층부에는 수㎞에서 수십㎞에 이르는 거대한 광맥으로 형성돼 있지만, 해저면을 향해 수직으로 발달한 기둥 부분은 지름이 길어야 수십m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기둥이 해저면에 표출돼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해저탐사단들은 표면에 형성돼 있는 가스층을 찾으려 애를 쓴다.

이번 탐사를 주도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권영인 박사는 4일 “외국 탐사단들이 1000번의 시도에 한번 정도 성공하는 게 보통”이라며 “우리가 1998년 처음 시도한 이래 53번째 만에 가스하이드레이트 채취에 성공한 비결은 다른 탐사단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탐사방법과 장비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데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우선 탄성파를 활용해 가스층이 존재하는 지점을 탐색해냈다. 가스분출구를 찾은 뒤에는 정밀수심측정기로 표층 퇴적물의 길이·방향 등 특성을 살피고, 전도도·온도·용존산소 센서 등을 내려보내 가스층의 상태를 분석했다. 메탄센서로 가스층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심해저카메라로 가스 분출 장면을 촬영했다.

그러나 정확한 가스층 위치를 파악하더라도 가스층 아래 존재할지 모르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채취하는 일은 쉽지 않다. 700㎏짜리 추가 위쪽에 달린 지름 8.2㎝, 길이 8m의 가느다란 피스톤 코어러를 정확한 위치에 떨어뜨려야 하지만, 코어러를 매단 케이블을 2000m 아래로 내려뜨리다 보면 방향이 휘어지기 일쑤다. 이때 쓰이는 장비가 심해저위치확인시스템(USBL)으로, 음향으로 배와 코어러, 가스층 등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히 잡아낸다.

연구팀은 이 장비를 이용해 코어러를 가스층 100m 정도 위에 정확히 위치시킨 뒤 자유낙하를 시켰다. 코어러 파이프에 들어 있는 시료를 채취해 가스크로마토그래피로 확인하는 순간 가스하이드레이트임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날도 7번째 코어러를 낙하시킨 뒤에야 성공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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