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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심증으로 통증이 있을 때 극히 소량의 니트로글리세린을 혀 밑에 넣거나 증기를 흡입하면, 잠시 타는 듯한 느낌이 지나간 뒤 3-5분 뒤에는 통증이 사라진다. 니트로글리세린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 심장이나 뇌의 혈액순환을 좋아지게 하는 것이다. 다이너마이트의 원료가 혈관확장제로도 쓰인다니 이상한 것 같지만 실제로 니트로글리세린은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지금도 구하고 있다. 니트로글리세린의 맛을 보면 단맛이 난다. 니트로글리세린이 협심증의 약으로서의 효능이 밝혀진 것도 바로 이 단 맛 덕택이었다. 19~20세기 무렵 서양에서 산업발달과 군비경쟁 때문에 다이너마이트 공장이 많이 늘어났는데 신기하게도 이들 공장에 다니던 협심증 환자들은 협심증 발작이 나타나지 않았다.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실시됐는데, 결국 환자들이 비교적 단맛을 내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작업 중에 무의식적으로 섭취한 덕택에 협심증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났다. 니트로글리세린이 심장 주위를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을 넓혀주어서 협심증 발작을 가라앉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니트로글리세린은 세포 내에서 혈관 조절물질인 산화질소(NO)로 변환될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이러한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명공학기술 덕택에 니트로글리세린이 미토콘드리아의 효소와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듀크 대학 메디컬센터 스템러 박사팀이 니트로글리세린이 미토콘드리아에서 미토콘드리알 알데히드 탈수소효소'(mtALDH; mitochondrial aldehyde dehydrogenase)라는 효소를 규명해 내고 이 효소가 니트로글리세린을 분해하여 산화질소와 관련된 물질로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산화질소는 혈관이 잘 팽창하도록 해주고 심장발작의 원인이 되는 혈소판의 응집과 혈전의 형성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니트로글리세린이 심장질환 환자에게 오랫동안 쓸 수 있는 만능 치료제는 아니다. 내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니트로글리세린을 장기 이용함에 따라 니트로글리세린을 분해하는 효소 공급이 줄어들어 결국 니트로글리세린 분해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작용원리가 밝혀지면 개선하는 것은 쉬운 법이다. 니트로글리세린의 작용원리가 밝혀진 만큼 약물의 효능을 끌어 올리고, 더 오랫동안 내성을 갖지 않도록 하는 신약으로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과거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천사인 니트로글리세린이 조용히 찾아와 목숨을 빼앗는 협심증 환자들에게는 생명의 천사였던 것이다. 원자력의 개발도 이와 유사한 의미를 준다. 좋은 면으로 사용한다면 인류의 번영을 인도하는 과학기술이 되지만 나쁜 쪽으로 사용한다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과학기술이 된다. 그래서 과학기술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냉혹한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생존이냐 파멸이냐? 현재도 개발되고 밝혀지는 수많은 과학기술과 업적들. 과연 우리의 선택은 어떤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지 한번쯤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글 : 유상연-과학 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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