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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4 07:48 수정 : 2007.08.14 07:48

한.미 연구진, `가짜기억'.`진짜기억' 형성과정 규명

사람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일어난 것처럼 착각해 기억하는 '가짜기억'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대구대 김홍근(재활심리학과) 교수와 미국 듀크대 인지신경과학센터 로베르토 카베자 교수가 최근 가짜기억은 뇌에서 기억할 내용을 의미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미국인 16명을 대상으로 범주별 단어암기 실험을 하면서 뇌 활동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 이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과학저널 '대뇌피질(Cerebral Cortex)' 최신호(9월호)에 발표했다.

기억은 학습을 가능케하고 자기 정체성의 바탕이 되는 등 인간 정신생활의 근간이지만 흔히 비유되는 녹음기나 사진기와 달리 오류 가능성도 많고 망각도 쉽게 일어난다.

기억의 오류 중 하나가 바로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것처럼 착각해 기억하는 '가짜기억'이다. 가짜기억은 다른 사람과 다툴 때나 범죄 증언 등에서 흔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짜기억을 얘기하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의도적 위증과는 다르다.

연구진은 이런 가짜기억이 만들어지는 경로를 밝히기 위해 미국인 16명을 대상으로 fMRI를 이용한 실험을 했다. fMRI는 뇌 각 부위의 신진대사를 촬영, 어떤 정신활동을 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 되는지 측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시험 대상자들에게 특정 범주에 속하는 전형적인 단어 4개씩을 제시하며 학습하게 한 뒤 이에 대한 기억을 검사했다. 가축이라는 범주에 말, 닭, 양, 염소라는 단어를 제시하는 식이다.

기억검사에서는 염소처럼 실제 제시된 단어와 소처럼 제시되지 않았지만 범주와 연관된 단어를 보여주며 학습과정에서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실제 제시됐던 단어들을 '본 적 있다'고 답할수록 '진짜기억'이 잘 만들어진 것이고 실제 보지 않았지만 의미상으로 연관된 단어들을 '본 적 있다'고 답할수록 '가짜기억'이 잘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진이 이 과정에서 뇌활동을 fMRI로 촬영한 결과 기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내측 측두엽은 진짜기억이 형성될 때에만 활성화되는 반면 정보의 의미상 처리에 중요한 부위로 알려진 왼쪽뇌 하전두이랑은 진짜기억과 가짜기억 형성시 모두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내측 측두엽 활성화는 진짜기억만 만들지만 왼쪽뇌 하전두이랑의 활성화는 진짜기억과 가짜기억을 모두 만든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가짜기억 형성이 기억할 내용의 의미적 처리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충격적인 경험에 대해 많이 생각할수록, 즉 어떤 경험에 대해 의미적 처리를 깊이 하면 할수록 왼쪽뇌 하전두이랑이 활성화되고 이는 진짜기억 뿐 아니라 그 경험과 연관된 가짜기억에도 기여한다"며 "이 경우 기억 내용은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억의 오류와 왜곡의 신경학적 토대를 명확히 하는 것은 임상적, 법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정상적인 기억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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