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의미
8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연구자들은 배아줄기세포의 특정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 암이나 파킨슨병 같은 특정 질병 모델동물을 만들거나 인간의 유전자 기능 연구에 필수적인 연구수단을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영국 카디프대학 교수인 마틴 에번스경은 1981년 포유동물에서 처음으로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과학자다. 그는 이 공로로 2003년 기사작위를 수여 받기도 했다. 다른 두 수상자인 마리오 R 카페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와 올리버 스미시스 유타대학 교수는 배아줄기세포에서 특정 유전자를 집어 넣거나(녹인, Knock-in) 차단하는(녹아웃, knock-out) '유전자 적중(gene targetting)' 기술을 고안해 흔히 '녹아웃 마우스'로 불리는 질환모델 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카페키와 스미시스 이전에도 특정 유전자를 차단하는 방법은 있었으나 성공률이 매우 낮은 단점이 있었다. 이들이 고안한 방법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차단함으로써 그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가진 동물을 만들 수 있게 됐으며 질병연구에 획기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학계에서는 이번 노벨상 수상에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특정 유전자를 차단 또는 삽입하는 방법을 고안함으로써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고 그와 관련된 질병연구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유전자의 기능 규명을 통해 환자에게 유전자치료법이 이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생명공학부 김선영 교수는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은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방법을 고안한 업적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이들이 고안한 유전자 적중 기술에 배아줄기세포가 이용됐다는 점이다. 즉 배아줄기세포가 아니었다면 녹아웃 마우스를 만드는 기술이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세필 제주대 교수는 "그 동안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려 대상 연구였으나 노벨의학상 수상 대상이 된 것은 치료제로서 하나의 줄기로 인정받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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