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1 17:59
수정 : 2005.01.11 17:59
■ 2004국제가전쇼 뭘 남겼나
호텔요금이 평소의 4배 이상으로 뛸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던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2004 국제가전쇼(CES)’가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올해도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영상가전을 중심으로 ‘차세대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기선잡기 싸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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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가 넘는 텔레비전 =디지털 텔레비전에서는 화질도 중요하지만, 크기도 중요하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에선 요즘 대형 화면에 대한 선호도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 102인치 피디피(PDP) 텔레비전으로 바이어들의 눈길을 휘어잡았다. 이 제품은 화면 크기가 가로 231㎝, 세로 133㎝나 된다. 엘시디(LCD) 텔레비전에서는 일본의 샤프전자가 65인치 제품으로 맞장구를 쳤다. 샤프전자 관계자는 “올 하반기 중에 상용화된 65인치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가격은 현재 45인치가 8000달러(약 8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1만2천달러(약 12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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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텔레비전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고화질(HD)급 디지털방송을 이동하면서도 볼 수 있는 지상파와 위성디엠비(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수신용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특히 국내에서 시험방송이 시작된 위성디엠비용 휴대전화를 처음으로 이번 전시회에 내놨다. 엘지전자도 지상파디엠비폰을 내놓고 전세계 관람객들에게 휴대전화로 보는 디지털방송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일본 쪽에서는 산요가 ‘디지털티브이가 내장된 휴대전화’라는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지상파디엠비와 같은 개념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단말기로 시험방송을 선보였다. 시험방송 내용은 일본 <도쿄방송(TBS)>의 내용이라고 하는데, 고화질(HD)급 동영상과 음향을 제공하고, 쌍방향통신과 데이터방송이 가능한 점에서 지상파디엠비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산요 관계자는 “방송국에서 보내는 지상파 전파를 텔레비전과 휴대전화로 동시에 시청이 가능하다”며 “일본 내에서 올해 중으로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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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텔레비전들 =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티브이(TV)’라는 솔루션을 디지털 텔레비전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티브이의 핵심은 현재의 초고속인터넷 속도로도 고화질(HD)급 디지털방송과 데이터방송, 주문형비디오(VOD) 그리고 방송녹화·재생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셋톱박스였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 화면을 켜면 나오는 채널가이드를 보면서 각 채널에서 나오는 방송들의 요약본을 미리 본 뒤 원하는 내용이면 틀어보고, 아니면 다른 채널로 넘어가는 식이다.
파나소닉은 디지털 텔레비전 위쪽에 카메라를 달아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텔레비전과 서로의 모습들 동시에 볼 수 있는 ‘인터넷 텔레비전(TV IP)’을 선보였다. 사무실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집 안의 동태를 보고, 또한 다른 집에 있는 친구와 연결해 대화도 할 수 있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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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디브이디 제품은? =전자업체들이 가장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분야는 디브이디(DVD)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였다. 디브이디는 용량이 4기가바이트(GB) 정도여서 1시간 분량이 2GB 정도인 디지털방송을 녹화하기엔 공간이 부족하다. 디브이디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로 선보인 것이 블루레이디스크(BD)와 에이치디디브이디(HD-DVD)다.
블루레이디스크는 삼성·엘지전자와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이 힘을 합쳐 만든 것이고, 에이치디-디브이디 쪽에는 도시바와 산요, 엔이시(NEC)등이 참가하고 있다. 최근 용량이 23GB로 더 큰 블루레이 쪽에 참가하는 업체들이 많아지자, 에이치디-디브이디 쪽은 이번 전시회에서 공동 마케팅을 펴며 반격을 꾀했다.라스베이거스/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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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삼성전자의 102인치 피디피 텔레비전, 삼성전자의 위성디엠비폰, 산요의 디지털티브이폰, 마이크로소프트 티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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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여는 폴더…액정 톡 대면 ‘찰칵’…
고정관념 깬 새 개념 새 제품 눈길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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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지전자의 가로열기형 게임폰(왼쪽)과 후지필름의 모바일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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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쇼에는 전세계 업체들이 내놓은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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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폴더를 옆으로 연다 =그 동안 폴더는 위로 여는 것이 상식이었다. 모토로라는 폴더 윗덮개를 위로도, 옆으로도 열 수 있는 단말기(모델명 MPx)를 선보였다. 위로 열 때는 옆쪽의 경첩이 물리고, 옆으로 열 때는 위쪽의 경첩이 맞물리는 형태였다. 2.5인치 큰 화면을 써서 화면보기가 좋았다. 아래쪽 폴더에는 컴퓨터 자판과 같은 배열의 자판을 놓아 문자입력을 쉽게 했다.
엘지전자가 에스케이텔레콤용으로 내놓은 ‘게임폰’도 가로열기형 제품이다. 통화 등 전화 기능을 쓸 때는 옛날 막대형 단말기처럼 외부에 있는 버튼을 눌러 쓴다. 그러다 가로로 눕혀 열면 위쪽으로 큼지막한 스피커가 양쪽에 달린 화면이 나타나고, 아래쪽으론 게임용 조그셔틀이 양쪽에 달린 버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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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식 카메라, 즉석 인화기 =올림푸스는 카메라 내장 엠피3플레이어 ‘엠-로브’(모델명 MR-100)를 내놓으면서 음향기기 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130만화소 카메라가 달린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3.5인치의 커다란 화면으로 촬영대상을 보다가 액정을 살짝 건드리면 곧바로 사진이 찍히는 점이다. 일종의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카메라와 엠피3플레이어가 만난 것은 이 제품이 처음이다. 올림푸스의 단 게라 과장은 “북미에서는 2월부터 시판될 제품”이라며 “20기가바이트를 탑재한 동급의 아이포드와 같은 가격대여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후지필름이 내놓은 ‘모바일프린터’는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즉석사진으로 뽑아주는 제품이다. 카메라폰으로 찍은 사진을 적외선으로 전송하면 2분 이내에 즉석사진으로 뽑아준다. 후지필름이 만든 즉석사진기인 ‘인스탁스’에 쓰이는 즉석사진용 필름을 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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