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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1 19:52 수정 : 2007.11.21 19:52

윤경병 서강대 교수(왼쪽)와 연구원 김재현씨가 제작 중인 ‘제올라이트 합성 실험상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 최초 우주실험의 연출자들]
② 우주서 ‘제올라이트’ 합성실험 윤경병 교수

제올라이트. 우리말로 ‘끓는 돌’이란 뜻이다. 이 돌은 물기도 없는데 불 속에선 수증기를 내뿜으며 끓기 때문에 18세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왜 끓을까?

“이 돌엔 1나노미터(10억분의 1m)보다 더 작은 지름의 구멍들이 무수히 뚫려 있는데, 거기에 숨어 있던 물 분자들이 뜨거워지면 끓어 튀어나오죠.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제올라이트 입자엔 무려 100만개의 나노 구멍이 나 있습니다.” 제올라이트를 오래 연구해온 윤경병 서강대 교수(제올라이트초결정연구단장)는 자신을 “마이크로 벽돌을 쌓아 건물을 만드는 마이크로 건축자”에 비유했다.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제올라이트 입자를 차곡차곡 붙여 독특한 구조물을 만드는 게 그의 주된 연구 분야이기 때문이다.

무수한 나노 구멍을 지닌 제올라이트는 쓸모가 많다. 나노 구멍엔 구멍보다 더 작은 분자만 들락거린다. 큰 분자는 들어오지 못하니까 몸집 큰 분자를 걸러낼 때에 여과막처럼 쓸 수 있다. 크고 긴 분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낼 수 있는 제올라이트는, 원유에 섞으면 원유를 가솔린·디젤·경유·중유로 분리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또 촉매나 세제에도 쓰인다. 윤 교수는 “최근엔 첨단의 나노 소자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이런 제올라이트는 실험실에서도 만들 수 있다. 실리콘과 알루미늄을 함유한 알칼리 용액을 섭씨 100로 가열하면 제올라이트 입자들이 생성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제올라이트 입자
지상의 합성용액에선 먼저 합성된 입자가 먼저 가라앉아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입자가 고르지 않게 된다. “무중력 환경에서 완벽하게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고른 벽돌을 만들어 그 벽돌로 완벽한 건물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그래서 내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하게 될 제올라이트 합성실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는 우주정거장에서 합성해 얻을 제올라이트 입자는 총 1g 정도. 너무 적지 않을까? 그는 “이 정도면 여러 건축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충분한 양”이라고 말했다.

가장 만들고 싶은 건 ‘빛을 가둘 마이크로 건물’이다. “고른 벽돌을 쌓아 3차원 건물을 만들면 미세한 벽돌 틈새가 규칙적으로 배열되는데, 그렇게 되면 특정 파장의 빛이 틈새로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첨단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아이디어다. 이런 첨단소재가 구현된다면 미래의 광컴퓨터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귀한 돌가루 1g’이다.

이번 우주실험에서 윤 교수 실험에 허용된 무게는 2.5~3㎏. 그래서 애초 합성용액 시료를 30개나 준비했다가 무게 제한 때문에 9개로 줄였다. 실험상자를 쉽게 작동할 수 있게 최대로 단순화했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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