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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2 20:44 수정 : 2007.12.12 20:44

이덕주 교수

[한국 최초 우주실험의 연출자들]
⑤ 우주 소음 측정 나선 이덕주 교수

우주정거장 안을 떠다니는 우주인 모습은 ‘고요의 세계’를 떠올린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우주 공간의 정적 같은.

하지만 착각이다. 이덕주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인이 호소하는 우주 생활의 가장 큰 고통은 무중력 다음에 소음일 정도로 우주정거장 안의 소음 공해는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러시아 우주인 몇 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버스 안보다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소음 공해의 고통을 호소하더군요. 24시간 내내 갖가지 기기에서 나오는 65~70데시벨 정도의 소음을 견뎌야 하거든요.” 이 정도는 예컨대 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릴 때 바로 옆 길가에서 느끼는 소음 공해 수준이라고 한다. 완전히 밀폐된 우주정거장에선 소리도 잘 빠져나가지 않아 소음 공해는 더하게 마련이다. 우주정거장에선 잠 잘 때 귀마개는 필수품이다.

국제우주정거장 중에서도 러시아 쪽의 생활공간(모듈)에서 소음이 심하다. 이 교수는 몇 년 전부터 러시아 모듈 안의 소음을 실측하고 줄이는 방안을 함께 연구하자는 러시아 쪽의 제안을 받아왔다. 그러던 중에, 내년 4월 고산씨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게 되면서, 이 교수는 소음 실태를 본격적으로 실측하기로 했다. 그는 “우주정거장의 소음 실태 조사는 러시아도 해보지 않은 첫 시도”라고 말했다.

이번 실측엔 흥미로운 측정장비가 쓰인다. 에스엠인트루먼트라는 벤처기업이 주로 참여해 공동 개발한 장비다. 소리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이른바 ’음향스캐너’ 또는 ‘음향카메라’다. 벤처기업의 김영기 대표는 “적외선카메라가 열 나는 곳을 보여주듯이 음향스캐너는 크고 작은 소리가 나는 곳을 여러 색깔로 나타낸다”며 “소음과 진동이 생기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주는 음향 측정장비”라고 소개했다. 말하는 사람의 얼굴을 촬영하면 소리가 나는 입 주변이 붉게 나타나는 식이다. 이 교수는 “러시아가 이 장비를 우주정거장에 계속 두고서 쓰기를 바랄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주 귀마개’를 개발하고자 했던 애초 계획이 이번에 이뤄지지 못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소음이 심한 우주 공간에서 필요한 소리만 들리게 하고 귀에다 상쇄음파를 쏘아 소음은 들리지 않게 하는 우주 귀마개를 만들고 싶어 다른 교수들과 함께 연구계획서를 제안했으나 여건이 맞지 않아 당장은 접어둔 상태”라고 말하는 그는 “먼 미래의 우주 생활과 당장의 지상 정보통신에 응용할 수 있는 여러 소리와 바람의 공학을 계속 연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 글·사진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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