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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6 22:53 수정 : 2007.12.26 22:53

교육용 우주실험 기획하는 김중복 교수

[한국최초 우주실험의 연출자들] ⑥ 교육용 우주실험 기획하는 김중복 교수

중력의 세상에 살다보면 생각마저 중력의 영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가 보다.

“여기 물주머니의 물을 주사기에다 옮기면 되지 않을까요?”

“물방울이 흩어져 떠다닐 수도 있고 물 사이에 공기가 들어갈 수도 있을 텐데요.”

“아, 그렇죠. 무중력, 무중력….”

내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인 고산씨가 벌일 교육용 우주 과학실험을 기획하고 준비 중인 김중복(사진 오른쪽) 한국교원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연구실에서 “물을 옮겨 담는 간단한 일도 우주정거장에선 실감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거의 중력이 없는 상태인 우주정거장에선 ‘무중력의 사고방식’을 몸으로 느껴야 한다. 고산씨는 지난 9월 무중력 비행훈련 순간을 기억하며 “(무중력 작동 불이 켜지자) 무중력 훈련 비행기엔 전혀 다른 세상, ‘무중력 세상’이 펼쳐졌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 교수 팀은 내년 4월에 우주정거장에서 선보일 우주 과학실험 장비를 점검하느라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교육실험 준비엔 김 교수 외에 대학원생인 채민(33·주엽공업고 물리 교사·왼쪽)씨 등 현직 교사 5명이 참여해 머리를 싸매고 10여가지 재미있는 실험들을 고안해냈다.

무중력 물방울 쇼
그 가운데 우주정거장에서 쓸 수 있는 우주펜이 먼저 눈에 띈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없어서 펜이 잘 써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우주펜은 볼펜심 뒤에 바람을 넣은 풍선을 달았다. 풍선의 공기 압력으로 잉크가 밀려나오도록 한 것이다. 이 우주펜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태어났다. 모양새는 우주선을 흉내내 멋을 부렸다.


볼펜과 달리, 붓은 그냥 써도 된다고 한다. 무중력에서도 화장지에 물이 스며 번지듯이, 먹물이 한지에 번지면서 붓끝으로 계속 흘러나올 수 있다. 전북 무형문화재 ‘가업전수자’인 엄재수씨가 만든 부채에다 고씨가 글을 쓰고 부채를 부치며 우주 유영을 하는 볼거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주펜의 원리
‘물방울 쇼’는 진기한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주사기로 물을 조금씩 밀어내면 무중력 공간에서 물은 흘러 떨어지거나 흩어지지 않고 허공에 동그랗게 속이 꽉 찬 물 덩어리를 이루게 된다. 허공에 둥둥 뜬 ‘물 공’이다. 하지만 이건 볼거리의 시작일 뿐이다. “이 물 공에다 살며시 주사기를 꼽고 공기를 넣지요. 그러면 물 공 안에 다시 텅빈 공간이 생겨납니다.” 투명한 물 공 안에 텅 빈 공간이라….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교수는 “공기방울 속에 또 다른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 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 교사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가 했던 예전 실험을 보면, 작은 물 공은 텅 빈 공간 안에서 이리저리 퉁겨다니기도 하고 서서히 큰 물 공과 한몸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 팀은 꽉 찬 물 공에다 장난감 잠수함이 지나가게 하는 실험도 기획하고 있다. 김 교수는 “태엽으로 돌아가는 엄지손가락 만한 장난감 잠수함을 허공에다 풀어놓으면 서서히 허공을 항해하다가 물 공을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밖에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김연아’를 기념하는 실험 도구도 있다. 김연아 선수가 팔을 벌리고 돌다가 오므리면 더 빨리 회전할 수 있는 건 ‘각운동량 보존법칙’ 때문이다. 팔을 오므리면 질량의 일부가 회전 중심에 가까워져서 회전관성이 작아지고, ‘각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장비가 공중에서 회전하면 추가 가운데로 모이면서 김연아 선수가 팔을 모았을 때처럼 더 빠르게 도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무중력 환경에서 산다는 건 지상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라며 “우주에 배가 있다면 그건 잠수함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이번에 처음 했다”고 말했다. <끝>

청원/글·사진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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