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09 20:49
수정 : 2008.01.0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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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연구시설에서 발견된 금속 환원 박테리아 미생물들. 사진 노열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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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지하연구소 지하수서
노열·백민훈 연구팀 20여종 찾아내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에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연구를 위한 지하연구시설(KURT)이 있다. 여기 140m 아래 지하 깊숙한 곳에서 핵폐기물의 확산을 막는 박테리아 종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노열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백민훈 원자력연구원 박사 등 연구팀은 9일 “지하연구시설 안 지하수에서 금속 환원 반응을 일으켜 고준위 핵물질이 물에 녹지 않고 가라앉게 함으로써 핵물질 확산을 막는 박테리아 20여 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1차 연구 성과를 지난해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AGU)에서 발표했다.
지하수에선 모두 100여종의 미생물이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20여 종은 우라늄과 크롬, 테크니슘 같은 방사성 금속이 ‘산화’해 물에 쉽게 녹아들지 않도록 산화의 반대인‘ 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데 직접 관여하는 ‘금속 환원 박테리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 교수는 “아직 미생물 하나하나를 다 분리하진 않았지만 여러 미생물 종들의 게놈(유전체)이 뒤섞인 시료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이른바 ‘메타게놈’ 방법에 의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핵물질 금속이 전자를 잃어버리는 이온 상태(산화)가 되면 물에 쉽게 녹아 지하수를 통해 흘러 퍼지는데, 이 박테리아들은 핵폐기물 속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전자를 이온화 금속에 전달함으로써 환원 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면 금속은 고체로 침전돼 지하수 아래 가라앉게 된다. 이 때문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을 연구하는 국제학계는 이런 미생물들이 수십만년 동안 지하에 저장되는 고준위 핵물질의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으로 평가해왔다.
이번에 발견된 미생물 가운데엔 금속 환원 반응이 뛰어난 토종 미생물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노 교수는 “앞으로 1년여 동안 미생물 종들을 분리하고 그 게놈과 특성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뛰어난 기능의 순수 토종 박테리아가 확인되면 국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연구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연구시설은 고준위 핵폐기물의 장기저장 때 지하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문제를 미리 연구하고자 지난 2006년 11월 200m 길이 터널로 건설됐다. 이곳에선 고준위핵폐기물을 직접 다루지 않으며 그 대신 소금 같은 자연시료를 써 1년에 10~100㎝ 속도로 흐르는 지하수의 움직임이나 지하 미생물의 생태 등을 연구 중이다. 연구원은 2010년까지 기초연구를 벌인 뒤 지하연구시설을 350m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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